카카오, 정신아 '원톱' 세운 이유..."기술·기업·시장 잘 아니까"

내년 3월 주총서 대표 취임..."실패 두려워 하지 않고 도전"

(지디넷코리아=김성현 안희정 기자)카카오 새 수장으로 내정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글로벌 기업과 창업 생태계를 두루 경험한 '혁신 전문가'로 꼽힌다. 그간의 행적과 확실한 성과를 통해 내부적으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정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공동대표나 각자대표가 아닌, 카카오 단독 대표를 맡게 됐다. 빠르고 효율적인 세대교체를 위해 신망 받는 한 사람에게 구심력을 몰아주겠다는 이사진의 의지가 담겼다. 

기술·기업·시장 전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정 대표 내정자가 각종 논란과 느슨해진 조직 통합에 리더십을 발휘할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75년생 젊고 추진력 갖춘 인물..."시장이 원하는 것 감 잘 잡아"

정신아 카카오 신임 단독대표 내정자

카카오는 13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 홍은택 단독대표 체제가 시작된 지 1년2개월 만이다. 

정신아 내정자는 1975년생으로 연세대학교 불어불문·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경영학 마케팅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미시건대학교에서 MBA를 마치고,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2018년 3월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된 정신아 내정자는 현재 카카오 컨트롤타워인 공동체얼라인먼트(CA)협의체에서 사업 부문 총괄을 맡고 있다.

정신아 내정자는 이베이와 네이버 재직 당시 신규 사업 기획과 세팅을 도맡아 했다. 현재 스마트스토어 전신인 스토어팜과 네이버페이, 마일리지와 같은 서비스도 기획했다. 

카카오벤처스에서는 인공지능(AI)·디지털 헬스케어 등 미래 먹거리 투자와 창업가들을 지원하며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왔다. 한 인터뷰에서 정 내정자는 "신규 사업을 기획할 때 기업이 잘 하는것, 시장이 원하는 것에 대한 감을 잘 잡게 됐다"며 "해외 기업에서 일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에 대해 배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부터 홍은택 대표까지

최근 5년간 카카오 지휘봉을 잡은 대표들은 4명이다. 김범수 창업자와 NHN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각각 광고, 디자인 전문가로, 2018년부터 4년간 카카오를 이끌었다. 두 전 대표 취임 이듬해 카카오는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 토대를 마련했다.

카카오 핵심 비즈니스모델(BM)인 비즈보드(카카오톡 광고)도 이때 탄생했다.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여민수 대표가 광고를 기획하면, 조수용 대표가 이를 이용자 눈높이에 맞게 구현해냈다”며 “두 사람 시너지를 토대로, 카카오는 4년간 성장곡선을 그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해 초 김범수 창업자 심복으로 알려진 남궁훈 당시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대표 자리에 앉았다. 남궁 전 대표는 취임 전후로 기자들과 연달아 소통하며, 카카오만의 메타버스 세계를 그려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남궁 전 대표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취임 7개월 만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카카오는 지난해 7월 외부 리스크 관리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자 각자대표에 오른 홍은택 현 대표 체제를 1년 이상 이어가고 있다. 3개월 뒤엔, 정신아 내정자가 홍 대표 바통을 이어받는다.

유니콘 기업 발굴·성공적 투자 경험 살려 카카오 재도약 이끌 적임자

정 내정자는 10여년간 벤처캐피털(VC) 업계에 종사하며, 국내 스타트업 시장 성장을 견인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정 내정자가 두나무와 당근 등 유니콘 기업 발굴과 성공적인 투자 경험을 지닌 만큼, 카카오를 유연하게 이끌어 갈 것으로 보고 있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카카오벤처스의 포트폴리오사들도 성장의 기회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또 내부 혁신과 위기관리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올 초 카카오 기타비상무이사에 오른 정 내정자는 매주 월요일마다 진행되는 비상경영회의에 참여하며, 회사를 둘러싼 각종 문제 파악하고 있다. 경영쇄신위 상임위원으로, 쇄신 방향에 대한 논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상하적인 문화', '사내 정치', '갑을 관계' 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져온 정 내정자가 카카오에 대한 신뢰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IT 분야에서 신사업 확장에 전문성을 가진 정신아 내정자의 활약이 기대된다"며 "리더십과 업무 추진력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정신아 내정자가 카카오 대표로 선임되면서 카카오 세대교체가 빠르기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구심력 있게 회사를 끌고 갈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AI 기술력·조직 쇄신 큰 역할 기대..."적극적인 책임 경영 실행, 미래 핵심사업 집중"

정 내정자는 홍은택 대표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에 오른다. 

카카오 측은 “정 내정자는 AI기술 이니셔티브 역량 확보와 규모에 맞는 시스템 구축 등 과제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표 선임 전까지 내정자 신분으로 쇄신 태스크포스(TF)장을 맡아, 쇄신과 관련한 세부 과제들도 챙길 예정이다.

정신아 내정자는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이어받게 돼 더없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사회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성장만을 위한 자율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 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현 기자(sh0416@zdnet.co.kr)

안희정 기자(hjan@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