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충남 등 학생인권조례 폐지 본격화···조희연 오늘부터 1인시위
조희연 “교권침해는 학생인권조례만의 탓 아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3일부터 8일간 서울 전역을 돌며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한다.
조 교육감은 이날 1인 시위 시작에 앞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족한 학교현실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서둘러 규정하는 단순 논리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것은 부적합하다”며 “일각에선 최근 잇따른 악성민원, 교육활동 침해 등을 학생인권조례만의 탓으로 돌리는 주장이 나오지만,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성별과 종교 등을 이유로 학생들을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조례다.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 등 6개 지역에서 제정됐다. 2019년 서울시교육청의 ‘제2차 학생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총 2389명의 응답자 중 초등학생 70.5%, 중학생 73.3%, 고등학생 68.3%가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인권 보장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지난 3월 일부 보수 종교단체와 학부모단체는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를 제출했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와 왜곡된 성적 지향을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부가 학생인권조례의 ‘휴식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 등을 교권침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폐지 여론에 힘이 실렸다. 폐지조례안은 오는 18~19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 상정된 후, 22일 본회의에서 최종 표결 처리될 예정이다. 현재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의석 중 3분의2를 차지하고 있어 가결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의회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대신 국민의힘 소속 의원 70명이 발의한 ‘학교구성원 권리와 책임에 대한 조례안’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조례가 구성원들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설명할 뿐, 학생 인권에 대한 종합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우필호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해당 조례안은) 인권 일반을 보호하는 게 아니고 갈등을 조정하고 민원에 대응하는 내용으로, 학생인권옹호관이나 인권센터 등에 관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아서 학생인권조례를 대체하는 조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논의하는 곳은 서울뿐이 아니다. 충남 학생인권조례는 서울보다 먼저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지난 5일 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해 오는 15일 본회의 표결이 예정돼 있다. 전체 도의원 47명 가운데 35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처음 제정된 경기도의회도 지난 6일 서성란 국민의힘 의원이 낸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앞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일 성명을 내 “학생인권 조례 폐지는 우리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의 인권보장 요청에 반하고 학생 인권 침해 구제에 공백을 초래한다”며 서울시의회와 충남도의회에 폐지 재고를 요청했다.
조 교육감은 “서울의 학생인권이 후퇴되면 지방의 학생인권 관련 병풍은 너무 쉽게 무너질 것”이라며 “필요하면 (타 시도 교육감들과) 연대 행동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본회의에서 폐지가 의결되면 재의를 요구하고, 다음 회기에서 재의결되더라도 대법원에 조례 폐지 무효소를 제기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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