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교통정리도 늦었다…힘 떨어지는 尹心?

변문우 기자 2023. 12. 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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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주류 내홍 한 달째 봉합 無…장제원은 혁신위 끝나서야 결단
전당대회 때 ‘속전속결’ 모습과 달라…“김 여사 특검에 더 열세”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최근 여당의 '주류 용퇴'를 두고 내홍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정권 초와 비교해 '용산의 입김'이 약화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과 배치된다고 알려진 후보들이 줄줄이 낙마하거나 사퇴한 것과 달리, 혁신위가 '윤심'을 거론하며 제안한 중진들의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에는 저조한 응답률을 보이면서다. 이런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다가올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청구서가 윤 대통령과 여당의 '갑을관계'를 바꿔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당내 주류 교통정리 과정서 스텝 꼬였나"

국민의힘은 혁신위원회에서 꺼낸 '주류 용퇴' 요구를 두고 한 달 전부터 극심한 내홍에 빠졌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윤심'을 표방하며 당내 친윤·지도부·영남중진을 향해 '총선 불출마·험지출마'를 촉구하자 혁신대상 의원들은 즉각 반발심을 표출했다. 영남 중진인 장제원·주호영 의원은 서울에 가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특히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와 마찰을 일으키며 끝내 혁신안 수용을 거부했다. 결국 혁신위는 동력을 잃고 지난 11일 조기 종료됐다.

그러자 장 의원은 이튿날인 12일 깜짝 불출마를 발표했다. 장 의원 측근들에 따르면 "혁신위 압박에 내몰리듯 결단을 내리긴 싫었다"는 것이 뒤늦은 선언의 이유였다. 다만 일각에선 실제로 장 의원이 혁신위 요구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게 은연중 반기를 표출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장 의원의 버스 92대 동원사태는 대통령과의 갈등이 맞을 것"이라며 "두 사람의 국밥집 회동 분위기도 이전과 다른 기류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윤심의 지원으로 당선된 김기현 대표도 용퇴 촉구에 불편한 기색을 비추며 결단을 끌어왔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과의 갈등 중에도 "윤 대통령과 하루에 3~4번씩 통화한다"며 대통령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과의 회동 사실도 적극 홍보했다. 다만 일각에선 김 대표 측 주장과 달리 윤 대통령이 회동도 일찍 끝내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하진 않았다는 전언도 들렸다. 이후 김 대표는 장 의원의 불출마 시사 시점부터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잠적한 상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비윤(非윤석열)계 여권 관계자는 "윤심을 표방한 인요한 혁신위가 끝나기 전에 속전속결로 장 의원의 사퇴를 이끌어내는 게 여론 측면에서 정부 여당에서 훨씬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갈등을 중재하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이전만큼의 힘을 못 내고 스텝이 꼬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당내 모습은 '윤심 논란'까지 불거질 만큼 교통정리가 속전속결로 이뤄진 3월 전당대회 때와 대조된다. 당시 윤 대통령은 '김기현 대표 당선' 의중을 내비치며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에게 압력을 가해 사퇴까지 이끌어냈다. 장 의원과 함께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도 당대표 출사표를 던지고 며칠 만에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지지율 등 여러 이유로 권 의원에게 불출마를 권고했었다는 후문도 있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2022년 12월26일 오후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정무감에 대한 주류층의 피로·불신도 커져"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정무감각에 대한 당 주류층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의 주요 정국마다 잦은 순방으로 외치에만 몰두하는 점들이 당에도 악재라는 것이다. 특히 부산엑스포 유치 참패의 경우는 대통령에게 정확한 수치전망 보고도 이뤄지지 않는 등 대통령실 내부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영남권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장 의원도 대통령의 이 같은 모습에 피로감을 느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 특검' 청구서가 윤 대통령의 힘을 더욱 빼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검법이 거대의석을 가진 민주당 단독 표결로 통과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다시 국회로 넘어오면 전체 의원 3분의2(200석)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때 국민의힘에서 약 18표 정도만 이탈해도 특검법 통과가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당정관계에서 윤 대통령이 열세로 몰려 이번 교통정리도 지지부진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정체된 만큼 총선 전후로 힘이 더욱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상황에서 가장 판단을 못하는 사람은 윤 대통령"이라며 "보궐선거 참패 직후 곧바로 내홍 정리를 못했다. 여기에 부산엑스포 유치 참패까지 겹치면서 자체 동력도 확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권 내부에서 영향력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고, 장 의원도 이걸 감지한 것 같다"며 "특히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마저 30%대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교통정리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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