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2'의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 아니 이걸 또 봐야 해?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시즌1의 묘미는 한정되고 으스스한 공간에 있었다. 대도시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을 법한 낡은 아파트는 배경지로 훌륭했다. 이곳에 사는 가난한 이들과 괴물들의 대치. 그들 사이에 퍼져나가는 괴물에 대한 공포와 주민들 간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은 물론 간간이 인간적인 정서까지 배어 있었다. 물론 당시 한국 드라마에는 흔치 않았던 소재와 특수효과 등도 어필의 한 요소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위트홈>은 작은 소극장에서 보는 긴 연극 같은 느낌이 있었다.
여기에 <스위트홈>을 대표하는 은둔형 외톨이 차현수(송강)의 이미지도 신선했다. 은둔형 청년이지만 강렬한 분위기를 지닌 주인공도 남달랐으며, 이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송강의 비주얼과 분위기도 당시에는 꽤 신선했다. 그래서 <스위트홈>의 시즌1 후반부 괴물의 날개를 단 배우 송강은 괴물보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차현수의 캐릭터와 <스위트홈>은 어쩌면 동일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금 어색하고 풋풋하지만 강렬함은 남달랐다. 그렇게 K드라마 <스위트홈>은 웰 메이드라 부르기에는 긴장감이 떨어지지만 낯설고 독특한 정서로 국내만이 아닌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또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 외에도 박규영, 고민시, 이도현, 김남희, 김성철, 고윤정 등 신선한 젊은 배우들은 이후 넷플릭스 드라마에 큰 화제를 낳은 드라마들의 주조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주연배우로서 위치가 다소 애매해진 상황이었던 이진욱이나 이시영 역시 <스위트홈>을 통해 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3년 만에 돌아온 <스위트홈> 시즌2는 시즌1이 세상에 나왔을 때와는 전혀 반응이 다르다. 물론 <스위트홈> 시즌2의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다.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괴물처럼, 아파트에 갇혀 있던 주요인물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 괴물과 직접 마주하며 펼치는 이야기다.
시청자들은 세계관이 넓어진 시즌2를 통해 스펙터클을 기대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시민들을 지키고 괴물을 무찌르는 수호대가 등장하면서 밀리터리물의 요소까지 강해졌다. 하지만 공간이 넓어지고 총을 쏘기 쉬워졌다고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지는 건 아니다.
<스위트홈> 시즌2는 차현수의 비중이 줄어들고 이은유(고민시)가 괴물의 도시를 배회하는 이야기가 늘어났다. 서이경(이시영)과 그녀가 낳은 괴물 딸의 이야기도 들어갔다. 여기에 스타디움이란 공간이 등장하면서 시즌1의 인물들과 새로운 인물들이 모여 있는 대피소 서사도 들어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위트홈> 시즌1도 그렇게 긴장감이 강한 플롯은 아니었다. 다만 좁은 공간 안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괴물과 대적하는 서사다 보니 자연스레 긴장감을 줄 수 있었다.
반면 <스위트홈> 시즌2는 괴물이 인간이 만든 실험실의 존재이고, 괴물 역시 실은 인간이었다는 설명이 전부다. 그 설명을 위해 수많은 공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각각의 이야기는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거나 익숙하고 또 각 이야기의 연결 고리는 너무 느슨하다. 따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한데 묶은 느낌이라 구심점을 찾기 어렵다. 그 때문에 시청자들은 극 초반부터 이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차현우와 편상욱(이진욱)의 엉덩이 까는 노출 장면이나 몇몇 전투장면으로 긴장감을 준다한들 다음 연결 장면이 자연스레 이어지지 않으니 지루해지는 건 당연하다. 아쉽게도 서이경의 서사는 메시지가 훌륭한 SF물 같지만 다른 군더더기 이야기에 묻혀 그 매력이 드러나지 않았다.
<스위트홈>은 시즌2를 통해 메시지를 발전시키기는 했다. 시즌1이 아파트라는 공간이라면 시즌2는 스타디움으로 확장되고 군대와 종교가 등장하면서 인간 사회에 대한 암울한 묵시록을 보여준다는 인상이 더 강해졌다. 한편 괴물로 변해가는 인간에 대한 상징도 확실해져서, 현대사회에서 혐오당하고 배척당하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메시지도 드러난다.
다만 아쉽게도 그 코드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스위트홈> 시즌2의 의미를 찾아갈 마니아들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게 굳이 <스위트홈>일 필요는 없고 그럴 만한 매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에는 흥미로우면서도 세계관까지 독특해 '덕질'을 부르는 괴물 서사와 아포칼립스 서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위트홈> 시즌2의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은 마지막 회차가 끝났을 때 뜨는 메시지였다. 2024년 여름 스위트홈이 돌아온다. 아니, 이걸 또?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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