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분양주택 사업' LH 대신할 건설사, 얼마나 될까?
'땅 싸게 주고 미분양도 되사준다' 당근 내걸었지만…
"민간 참여 활발할지"…건설사들도 관심 '미지근'
"민간 시행 방식이 더 효과적이고 품질적으로도 우수하다면 LH는 주택건설사업에서 손 떼게 될 것이다."(진현환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공공주택에 우리 브랜드를 붙이고 싶지 않다."(한 대형건설사 관계자)
공공주택사업을 민간에 개방하는 방안을 두고 정부의 기대와 건설업계의 우려가 엇갈린다. 정부는 민간 건설사에게 각종 유인책(인센티브)을 제공하면 충분히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민간 경쟁체계'가 이뤄질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건설사들은 '공공' 수준의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기엔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한 대형 건설사들은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래미안·자이' 공공분양주택 나올 수 있나?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LH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데 중점을 둔 'LH 혁신방안'을 내놨다.▷관련기사:'LH 힘 쭉 뺀다'…공공주택건설 민간과 경쟁해야(12월12일) 그 일환으로 민간건설사도 공공주택사업을 직접 시행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현재는 '공공주택특별법'이 공공주택사업자를 LH 등 공공부문으로 한정하고 있다.
공공주택 사업시행자 중 LH가 공급량의 72%, 서울주택도시공사(SH)나 경기주택도시공사(GH) 같은 지방 공사가 28%를 차지하고 있다. 국토부는 공공주택 사업을 공공이 독점하고 있는 만큼 품질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앞으로는 '민간시행 공공주택 유형'을 신설해 LH가 토지만 제공하고 민간건설사가 시행자가 돼서 설계·시공·감리 등 전반을 수행토록 했다.
'공공' 주택인 만큼 분양가 등은 현 공공주택 수준으로 책정해야 한다. 대신 건설사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이득을 보장해주고 리스크는 줄여주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가 검토 중인 인센티브는 △저렴한 택지 공급 △주택도시기금 저리 지원 △미분양 매입약정 등이다.
택지비는 공급 지역을 고려하는 동시에 조성 원가보다는 비싸되 감정가보다는 저렴하게 책정할 전망이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현재 LH가 공공주택을 건설할 땐 조성 원가를 기준으로 택지를 이용하고, 민간아파트에는 감정가로 택지를 공급한다"며 "원가와 감정가 사이 적정한 수준으로 공급해서 분양가는 높아지지 않으면서 민간 업체도 메리트(이득)를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건설사에 주택도시기금을 저금리로 장기간 빌려주고, 지방의 경우 미분양이 발생하면 LH가 매입해 장기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인센티브 세부 수준은 내년 하반기께 나온다.
남 국장은 "여러가지 툴(도구)을 가지고 있으면서 개별 또는 종합 제공할지, 지역별로 차등을 줄 지 등을 검토해 적정한 툴로 제시할 것"이라며 "이는 내년 하반기께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 개정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내년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하반기께 법률 개정 및 정비하고 이에 따라 착공 가능한 곳을 매칭시키면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건설사 '동상이몽'…"굳이 참여할 이유가…"
국토부는 이번 민간 개방을 통해 건설사들의 활발한 참여를 예상했다. 고금리, 주택 매수 심리 저하 등으로 주택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기금 지원도 받고 미분양 부담도 적기 때문에 공공주택사업에 뛰어들 만하다고 본 것이다.
진현환 실장은 전날 'LH 혁신방안'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인센티브가) 민간에 충분한 유인책이 된다"며 "주택경기가 안 좋고 지방에선 LH 인허가가 줄고 착공도 줄고 있는데 미분양 리스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주택경기 하방이 생기는 상황에서 민간이 선호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봤다.
민간건설사가 참여하면 주택 품질도 더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다. 현재 LH는 판로지원법 등에 따라 중소기업의 자재를 필수로 써야 하는데 민간은 이같은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진 실장은 "LH는 품질이 좋지 않은 자재를 쓰는데도 오히려 비싸다"며 "민간은 협력업체에서 더 낮은 단가로 더 좋은 품질의 자재를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공공주택이라 분양가는 올리지 못하면서 품질만 상향하면 결국 이익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 기업은 수익이 있어야만 사업을 추진할 동력이 생긴다"며 "시공 이익, 시행 개발이익 등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면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가 제한되면 공사비를 맞추기 위해 품질 수준이 떨어지는 마감재 등을 쓸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만들어 온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가 있는데 품질이 떨어지는 아파트에 자사 브랜드 붙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어 "임대주택용으로 '제3의 브랜드'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정책 취지와 안 맞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결국 지금처럼 일부 중견 건설사만 공공주택사업의 문을 두드릴 거란 전망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지금도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서 LH가 발주하는 공공주택 중 단지 규모가 작은 곳은 입찰이 안 되고 있다"며 "대형 건설사는 브랜드 악화 우려에, 중소 건설사는 브랜드 자체가 약해 못 들어갈 사업이라 일부 중형 건설사만 '틈새 시장'처럼 노릴 만하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데 층간소음, 부실시공 등 예방으로 공사비는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분양가는 고정으로 하고 품질만 올리라면 민간이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짚었다.
그러면서 "공공주택 사업을 민영화하는 걸로 볼 수도 있는데, 공공사업으로 번 이익을 민간이 가져가는 구조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며 "더 구체적이고 합당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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