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올리브영···뷰티, 그 경계 없는 경쟁은 계속된다
1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잘 나가는 뷰티 브랜드들이 총출동했다. 구달, 닥터지, 라운드랩, 롬앤, 마녀공장, 클리오를 비롯해 79곳에 달했다. 기초 스킨케어, 메이크업, 헬스케어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은 단독 부스를 차리고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을 맞았다. 브랜드 관계자들은 퀴즈와 게임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증정했다. 주로 20·30 여성들인 관람객들은 주최 측이 제공한 원통형 가방을 제품들로 가득 채웠다. 홀로 또는 친구와 함께 방문하는가 하면 어머니와 나들이를 나온 이들도 보였다.
인기 브랜드가 한데 모인 배경에는 H&B(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이 있다. CJ올리브영은 오는 17일까지 ‘2023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를 진행한다.
‘K뷰티’ 인기에 힘입어 올리브영이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져 한층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공정거래 리스크’까지 최근 해소한 만큼 향후 사업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행사는 2019년 시작해 5회째를 맞았다. 일반(3만원)과 VIP(5만원)으로 나뉜 티켓은 사전판매 시작 30초 만에 다 팔렸다. 초청객을 포함해 하루 평균 3000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유명 쇼핑 플랫폼인 아마존, 큐텐, 라쿠텐을 포함한 해외 60개사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올리브영은 “브랜드와 소비자를 잇는 데서 나아가 브랜드 성장을 지원하고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장을 찾은 태국 유통기업 관계자는 “뷰티 브랜드, 기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행사를 방문한 고객들의 현장 분위기까지 볼 수 있어 K뷰티 브랜드를 태국에 소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올리브영은 큰 짐을 덜고 연말을 맞았다. ‘올리브영이 독점 사업자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의 거래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하면서다. 다양한 화장품 소매 유통채널이 생기고 온라인 시장도 커진 점을 종합적으로 따지면 점유율이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될 경우 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던 과징금은 약 19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연매출 3조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올리브영은 기업공개(IPO) 추진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증가는 곧 경쟁이 심화했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성격이 다르다고 여겨졌던 채널 간 경계가 흐릿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올리브영의 경쟁 상대로 거론되는 게 대표적이다. 다이소는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가성비’ 좋은 화장품을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뷰티 영역을 강화하고 있는 쿠팡도 올리브영의 경쟁자로 꼽힌다. 쿠팡은 지난 7월 “올리브영이 쿠팡을 경쟁 상대로 여기고 중소 납품업자와 쿠팡의 거래를 막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은 이마트와 전체 유통시장 선두를 놓고 경쟁 중이고, 다이소는 ‘초저가’ 측면에서 국내에서 급속도로 성장한 중국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겨루기도 한다.
올리브영은 내년 뷰티 키워드로 ‘바운드리스(Boundless·경계가 없는)’를 선정했다. 올리브영은 “뷰티와 헬스, 오프라인과 온라인 등 다양한 영역의 경계가 흐려지고 서로 결합해 재탄행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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