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80%가 고학력자…'취업 비관' 가장 많아
최소 1만2105명…504명 "방에서 안 나가"
길어지면 정신건강 악화…극단선택 생각↑
80% "벗어나고 싶다"…재고립 사례 상당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고립·은둔청년의 4명 중 3명은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취업·대인관계의 실패 등 부정적 경험으로 고립·은둔을 시작했다.
고립·은둔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신건강이 악화돼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비율이 높아졌으며, 80% 이상은 현 상태를 벗어나기를 원하고 있어 효과적인 도움의 손길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13일 공개한 '2023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최소 1만2105명의 고립·은둔청년이 있고 504명은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 초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에서 안 나오는 청년 최소 504명…'10년 이상'도 6.1%
일반적으로 '고립'은 사회적 관계가 현저히 적은 경우를, '은둔'은 사회적 관계가 거의 없을 뿐더러 외출도 극히 적은 사례를 뜻한다. 서울시는 최소 6개월 이상 고립·은둔 상태인 청년과 가족을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지난 7~8월 7주에 걸쳐 전국 19~39세의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1차 조사 링크에 접속한 5만6183명 중 3만3570명이 조사에 참여했으며 2만1360명이 응답을 완료했다. 고립·은둔의 위험군으로 분류된 응답자는 1만2105명(56.7%)이다.
위험군 대상 2차 심층조사를 실시한 결과 8874명이 응답을 마쳤으며 1903명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번 조사에서 504명은 자신의 방에서도 나오지 않는 초고위험군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 국무조정실의 '청년의 삶 실태조사' 등에서는 고립·은둔 위기 청년 규모가 최대 약 54만 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추정이 나온 바 있다. 복지부는 54만명은 경미한 위험징후까지 포함한 전체 추정 규모, 이번 조사 참여자들은 정책 지원이 필요한 청년으로 보고 있다.
응답자 특성을 살펴보면 여성이 72.3%로 남성의 약 2.6배에 달했다.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약 70%를 차지한다. 미혼이 90%로 다른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이 70%다.
여성 응답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에 대해 보사연 김성아 연구원은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는 성비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여성 중 자신의 고립은둔 상태를 자각하는 비율이 높거나 조사에 응답할 만한 최소한의 활력이 남성보다 높을 수 있는 만큼 분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력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75.4%, 대학원 이상 졸업자가 5.6%로 81%가 고등교육을 받았다. 본인의 경제력이 낮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75.7%로 가장 많았고 가족 전체의 경제력이 낮다는 응답은 그보다 낮은 54.3%였다.
고립·은둔을 시작하는 시기는 60.5%가 20대라고 답했다. 23.8%는 10대, 15.7%는 30대에 고립된 생활을 시작했다. 고립·은둔 기간은 1년 이상 3년 미만이 26.3%로 가장 높고 3~5년 16%, 5~10년 12.7% 순으로 나타났다. 10년 이상 고립·은둔 생활을 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6.1%에 달했다.
가장 큰 고립·은둔 이유에 대해서는 취업 등 직업 관련 어려움이 24.1%로 가장 많았다.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꼽은 사람은 23.5%, 가족관계·건강이 각 12.4% 순이다. 10대에 고립은둔을 시작한 응답자는 대인관계가 27.1%로 가장 높고 가족관계 18.4%, 폭력이나 괴롭힘 경험이 15.4%로 나타나 20대 이상과 차이를 보였다.
"정신건강 나빠" 67%…75.4% "극단선택 생각한 적 있어"
이들의 삶 만족도는 3.7점으로 전체 청년 평균(6.7점)에 비해 매우 낮게 나타났다. 신체 건강이 좋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절반 이상인 56.1%, 정신건강이 안 좋다고 답변한 사람은 그보다 높은 63.7%에 달했다.
3분의 2에 해당하는 66.3%는 미래 희망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62%는 '타인의 시선이 두렵다', 47.8%는 '대인 접촉이 어렵다'고 답했다.
2차 조사를 마친 8436명 중 6360명(75.4%)은 극단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 1698명(26.7%)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전체 청년의 자살생각 비율은 2.3% 수준이다.
고립·은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극단 선택을 생각하는 비율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10년 이상 고립·은둔 생활을 한 청년은 89.5%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 41.9%가 실제 시도한 경험이 있었다. 질적 조사 서술을 보면 부모 등 가족에 대한 죄책감이 강하고 자기효능감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립·은둔 청년이 외부정보를 인지하는 경로는 73.2%가 미디어콘텐츠,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매체였다. 23.2%는 OTT 등 동영상 시청을 하면서, 15.6%는 온라인 활동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고 답했다.
고립·은둔청년의 72.4%는 불규칙한 식사생활을 하고 있으며 80.3%는 매번 혼자 식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2.3%는 밤낮이 바뀐 생활을 했다.응답자 절반 이상은 매일 씻고 옷을 갈아입는 등 기본적인 자기관리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1주 이상 옷을 갈아입지 않는 응답자는 15.8%, 샤워를 하지 않는 사례가 10.5%, 세수나 양치를 하지 않는 경우가 4.5%로 나타났다.
지난 2주 동안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친구나 지인과의 교류가 '없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16.8%, 28.7%였다. 고립·은둔 상황에 대해 가족과 청년 모두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문제로 본다는 응답은 59%였다. 가족 중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답이 20.2%로 가장 높고 다음이 형제자매(15%), 어머니(9.9%) 순이다.
응답자 80% 이상은 고립·은둔 상태를 벗어나길 원한다고 답변했다. 67.2%는 실제 일이나 공부, 취미활동 등 탈고립·은둔을 시도한 적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응답자 45.6%는 일상생활 복귀 시도 후 다시 고립·은둔 생활로 돌아온 경험이 있었다. 고립·은둔 기간이 길수록 재고립·은둔 경험률도 높았다. 재고립 이유로는 27.2%가 '외출할 돈·시간이 부족해서', 25%는 '힘들고 지쳐서'를 꼽았다.
필요한 지원을 중복으로 묻는 질문에 88.7%는 '경제적 지원'을 꼽았다. 이 밖에 ▲취업 및 일경험 지원(82.2%) ▲혼자 하는 활동 지원(81.7%) ▲일상생활 회복지원(80.7%) 등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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