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소개팅" 솔로남녀 꺄르르…교사·변호사·은행원 총출동[르포]
"저는 남중, 남고, 공대, 군대에 남초 회사까지 나왔거든요. 여성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좋은 인연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9일 오후 5시쯤 서울 종로구의 조계사 템플스테이 체험관. 사찰복을 입은 30대 박모씨가 '나'를 드러내는 키워드로 '공대남' '그냥 E'(외향형) '외국계 회사'를 적더니 마이크를 잡고 자기소개를 했다. 그는 민망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오늘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여성분들을 만나는 것 같다"며 "저는 외향적인 성격이라 활발한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 조계사에서 2030세대를 위한 이색 템플스테이가 열렸다. 미혼남녀 20명을 초대해 1박2일 동안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고 인연을 찾아주는 일명 만남 템플스테이다. 스님들이 소개팅을 주선해주는 이번 행사에는 약 300명이 지원했다.
만남 템플스테이는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사업으로 미혼 남녀의 건강한 만남 권장과 결혼 장려를 위해 도입됐다. 2012년 경기도 고양시 흥국사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33회 진행됐으며 약 620여명의 미혼남녀가 참가했다.
이날 행사에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중후반까지 초등학교 교사, 변호사, 은행원, 대학교 교직원, 아동심리상담가, 디자이너, 공기업·대기업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조계사 측은 나이와 신청 사유, 거주지 등을 고려해 남자 10명, 여자 10명을 선정했다.
조계사 스님은 "요즘의 만남은 조건과 조건으로 만나는 이해 관계의 만남이라서 만남 자체가 두렵고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며 "이곳에 오신 분들은 각자 자신의 순수한 향기를 뿜어내서 짝이 되고 조계사 부처님 미소가 나도록 하는 일대 사건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첫날은 사찰 예절과 조계사 기념비 등을 익히고 참가자들끼리 친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은 아침공양과 1대 1 산책 데이트, 스님과의 차담 등이 이어졌다. 행사 초반에만 해도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레크리에이션 강사 주도로 '소울메이트를 찾아 TMI 토크'가 진행되자 몽골몽골한 분위기가 피어올랐다.
남녀 10쌍은 1대 1로 마주 앉아 인사를 하고 서로의 공통점을 찾았다. 10초 동안 눈빛 교환을 하기도 하고 상대방을 칭찬해주기도 했다. 한 손은 잡고 다른 손으로 가위바위보를 하는 게임도 진행했다. 처음엔 다들 쑥쓰러운 듯 보였지만 어느 정도 대화가 이어지자 화기애애한 웃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여기저기서 "연예인 닮았다는 말 듣지 않아요?" "우리 회사랑 엄청 가깝네요"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스무명의 참가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소개를 하기도 했다. '고양이' '알쓸신잡' '현모양처' 등 자신을 드러내는 키워드를 적고 이름과 나이, 직업, 거주지, 취미, MBTI, 이상형 등을 말했다. 변호사 송모씨(35)는 "저는 한가지를 깊게 덕질하는 것 보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는 걸 좋아한다"며 "자상한 사람이 이상형이고 수영, 필라테스, 골프 등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주특기로 매력을 발산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경기도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한다는 한 남성은 "평소 도전하는 걸 좋아해서 노래 동아리, 댄스동아리에서도 활동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한 곡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묻자 짧은 랩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띄웠다.
참가자들 대다수는 이성을 만날 기회가 많이 부족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IT회사에서 근무하는 김모씨(29)는 "집순이에 재택근무를 많이 해서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다"며 "제가 평소 낯을 가리고 조용한데 용기내서 왔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최모씨(33) 역시 "미술하고 여대 나와서 여초 환경에만 있었다"며 "연말 겨울이 되면 허전하다. 좋은 인연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계사 측은 "만남 템플스테이는 내년에도 진행될 예정"이라며 "사찰이라는 고즈넉한 공간에서 휴식을 통해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게 주 목적이다. 연애나 결혼 성사 여부 등은 개인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사후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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