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마다 장이 서던 곳···청소년 '놀이의 장' 서다 [건축과 도시]
오일장 마을, 발길 끊기며 구도심 전락
신개념 청소년 전용시설 들어서며 활기
액티비티·영화관람부터 그룹 활동까지
아이들만의 아지트···녹지 힐링공간도
건물 외관은 반복적 알루미늄 곡면시트
독특한 디자인에 새로움·편안함 더해
1955년부터 줄곧 열려온 오일장으로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장현로. 아쉽게도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그것도 옛말이 되고 말았다. 인근의 신시가지 개발로 이 일대는 구도심으로 전락해 버렸고 이곳을 찾는 이들도 줄어들며 활기를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청소년 문화 시설인 ‘펀그라운드 진접’이 들어서며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펀그라운드 진접은 청소년 전용 공공시설이다. 건축주인 남양주시는 2019년 청소년 전용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청소년 전용 시설 만들기에 나섰다. 청소년들만 입장이 가능해 보다 편안함을 느끼고 또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는 아쉬움과 청소년의 출입을 금지하는 성인 전용 공간은 많지만 정작 청소년들의 출입만 허용하는 청소년 전용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2019년에 어떤 청소년 시설을 건축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관련 용역을 진행했고 2020년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 제안 공모를 내는 등 사업을 추진했다”며 “이후 2021년 착공해 지난해 6월 펀그라운드 진접이 개관했다”고 설명했다.
펀그라운드 진접은 보통의 청소년 공공시설처럼 네모 반듯하게 정형화된 모습을 갖추지 않았다. 마치 ‘나는 흔한 청소년 시설과 다르다’고 외치는 듯한 독특한 외관은 전통시장보다는 유명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하다. 건물은 철골구조와 철근콘크리트구조로 구성됐는데 이로 인해 투박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무겁고 가벼운 상반되는 느낌을 동시에 들게 한다. 특히 표면에 반복적으로 설치된 알루미늄 곡면 시트는 건물의 외관을 부각하는 것과 동시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가려 건물의 미관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펀그라운드 진접은 ‘2023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 부문 공공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공공시설임에도 ‘흔히 공공시설은 감안해서 본다’는 말이 무색하게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다”며 “이곳을 방문하는 청소년들이 ‘펀그라운드 덕분에 서울 강남에 갈 필요를 못 느낀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평했다. 설계를 맡은 ㈜건축사사무소 신의 신호섭 대표와 신경미 소장은 “펀그라운드 진접의 부지가 구도심에 위치했기 때문에 오히려 주변에 학교가 많고 접근성도 좋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며 “혁신적이면서도 기존과는 다른 의미의 청소년 시설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건축물의 이름을 기존에 정해졌던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펀그라운드 진접’으로 바꿨는데 이 덕분에 건축물이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으로 구성된 건축물은 층마다 이곳이 청소년 전용 시설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낸다. 1층은 일종의 맞이 공간이자 다채로운 활동이 가능한 실내 광장으로 꾸며졌다. ‘광장·소통·만남’이라는 테마에 걸맞게 건축가는 이곳을 청소년 전용 거실 개념의 공간으로 다양한 오락 활동이 가능하면서도 다양한 액티비티를 통해 청소년들이 활동적인 에너지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안락한 녹지 공간도 함께 마련해 청소년들이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한 편에 마련된 아트북 서재에서는 문화적 호기심을 채우는 것에서부터 영감을 받을 수도 있다. 2층은 1층 실내 광장과 더불어 친목 도모 및 자치활동이 가능한 교류 공간으로 관람석 계단과 워크스테이션, 동아리자치실로 구성된다. 계단식 광장에서는 1층의 넓게 열린 녹지 공간을 바라보며 휴식과 친목을 도모할 수 있으며 워크스테이션에서는 동아리 모임과 같은 그룹 활동을 할 수 있다. 동아리자치실에는 소음 차단 기능을 더했다. 특히 관람석 계단은 이동이 가능해 보다 다채로운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3층은 ‘자유·아지트·확장’이라는 테마를 주제로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해도 되는 자유와 어떤 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함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곳에는 20개의 실린더 모양의 수직 기둥이 설치됐는데 건축가는 청소년들이 ‘나’를 탐색하는 것과 동시에 이곳을 ‘나만의 사유화된 공간’인 아지트로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수직 기둥은 각각 다른 모양과 크기, 높이로 구성됐는데 공간끼리 연결되는 동선도 정해져 있지 않다. 이는 청소년 개개인의 능동적 선택을 담으면서 동시에 각자 다른 감각과 높이를 통해 새롭고 낯선 공간 경험을 유도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건축가는 이처럼 정해지지 않은 동선 속에서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아지트를 발견하고 선택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3층에 머무는 동안에는 하루 종일 측창과 천창을 통해 따뜻한 자연광도 받을 수 있다. 창 앞쪽에는 빈백을 포함해 청소년들이 편하게 누워 창문 너머의 경관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청소년들은 열린 공간에서의 자유롭고 느긋한 힐링을 바탕으로 서로 교류하는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이 밖에도 4층은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아카데미실과 차양이 있는 쾌적한 외부 공간(옥상)으로 꾸며졌다. 외부 공간은 차양 역할을 하는 태양광 패널 지붕과 함께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쾌적한 공간으로 청소년들이 소모임이나 댄스 연습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해 ‘실외 놀이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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