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 해소하겠다", 조희대식 해법 나오나[조희대 사법부 출범<下>]

서민지 2023. 12. 1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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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재판 지연 해소로 신속한 분쟁 해결 시급"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매년 재판 처리기간이 지연되는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에 이어 취임일성으로도 '재판 지연 해소'를 내세우는 등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오는 15일 열리는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한 방안 집중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식에서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해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구체적인 절차의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재판 제도와 법원 인력 확충 등과 같은 큰 부분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제점을 찾아 함께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10개월 걸리던 민사재판, 1년 2개월 걸려
재판 지연은 법원 최대현안으로 부상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민사합의 1심 본안사건을 처리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420.1(약 1년 2개월)일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 297.1일, 2019년 298.3일, 2020년 309.6일, 2021년 364.1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심 형사 합의 1심(불구속 기준)의 평균 처리 기간은 223.7일이었다. 지난 2018년 159.6일 수준이었지만 2019년 174일, 2020년 194.2일, 2021년 217일로 길어졌다.

재판 지연의 원인은 한가지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조사가 힘들어졌으며, 복잡한 사건도 늘었다. 법관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은데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등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 법원행정처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2022년 법원에 4차례 휴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이외에도 법관, 피고인 등의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기일 연기, 수사 절차 및 감정 절차 지연 등으로 신속한 재판이 어려웠다.

사건이 복잡해질 수록 판사가 살펴야 하는 자료 분량도 늘었다. 사법정책연구원의 '법관 업무부담 및 그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서울중앙지법의 평균 자료 분량은 2014년 248.5페이지에서 2019년 343.6페이지로 100페이지 가까이 늘었다.

법관 부족현상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전국 법관 정원은 3214명으로, 지난 2014년 370명 증가한 뒤 거의 10년 동안 그대로다. 현재 변호사 수는 약 3만 명으로 10년새 2배 이상 늘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아울러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인기투표'로 전락하면서 법원장이 일선 법관들의 눈치를 보느라 사건 처리를 독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가 폐지되면서 판사들이 잇따라 이탈한 것도 재판 지연의 간접적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법원장 추천제 개선·법관 증원 등 추진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이 인사정책과 사건처리과정을 전부 개선하는 대수술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 법원장 추천제를 일부 개선하고, 법원장에게 장기미제사건을 분담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도입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일선 법관들이 투표를 통해 법원장 후보자 2~4명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는 제도다. 조 대법원장은 당장 제도를 폐지하기보다 절차를 수정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의 기틀은 유지하면서도 일선 법원 판사의 투표 절차를 생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산하 법원장 인선 자문위원회가 지방법원 단위가 아닌 전국 단위로 후보군을 추천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법원장이 직접 장기 미제 사건을 맡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취임하면 장기 미제 사건을 특별히 집중 관리하겠다"며 "종전까지 법원장은 재판을 하지 않았지만 취임하면 법원장에게 최우선적으로 장기미제 사건의 재판을 맡길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기 미제 사건은 접수일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나도록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으로, 민사 본안 1심 사건 기준 2016년 2142건에서 지난해 7746건으로 늘었다.

향후 국회에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법무부는 5년간 판사 370명을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지만,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재판이 지연됐다는 지적은 다소 억울하다"며 "코로나19로 사건이 밀려 있는 데다 갈수록 사건은 복잡해지는데, 판사가 부족해 사건을 빨리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도 "재판이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효율적인 운영이 안 되기 때문에 마무리되는 속도도 현저히 느려진다"며 "판사를 더 충원해 처리율을 높이지 않는 한 사건 처리가 계속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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