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오브라이프 벨 “父 심신, 가수 데뷔 반대한 적 없어…존경스럽죠”[EN:인터뷰②]
[뉴스엔 글 황혜진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아버지인 가수 심신의 빼어난 끼를 물려받아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벨(본명 심혜원)은 7월 큐브엔터테인먼트 설립자 홍승성 회장이 이끄는 S2엔터테인먼트 소속 4인조 그룹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쥴리, 나띠, 벨, 하늘) 멤버로 가요계 입성했다.
불과 데뷔 6개월 차에 접어든 팀이지만 지난 반년 간 써 내려온 기록은 신인의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눈부시다. 데뷔 앨범 'KISS OF LIFE' 타이틀곡 '쉿 (Shhh)'으로 어떤 것에도 억압받지 않는 당당함이라는 메시지를 전파하며 청춘들의 공감을 얻은 이들은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앨범 누적 스트리밍 수 1,000만, 월별 청취자 수 100만 명 돌파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12월 2일 개최된 ‘MMA 2023(멜론뮤직어워드)’에서는 국내를 넘어 해외 K-POP 팬들에게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1theK 글로벌 아이콘 상을 수상했다.
벨은 가수 데뷔 전부터 '심신 딸'이라는 수식어보다는 '작곡가 벨'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사운드 클라우드 등을 통해 자작곡, 보컬 커버 콘텐츠를 공개하며 음악적 역량을 키워 온 데 이어 키스오브라이프 데뷔 2개월 전이었던 올 5월 그룹 르세라핌 앨범 'UNFORGIVEN'(언포기븐) 동명의 타이틀곡 크레디트에도 이름을 올린 것. 키스오브라이프 데뷔 앨범 타이틀곡 '쉿 (Shhh)'과 솔로곡 'Countdown'(카운트다운) 작업 역시 주도했다.
벨은 12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S2엔터테인먼트 연습실에서 뉴스엔과 만나 "아버지가 가수 데뷔를 반대한 적은 없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룹 퍼플키스 선배님 곡에 참여하며 작곡가로서 정식으로 입봉하기 전까지 대학에 진학하고, 변호사가 되길 바라신 적은 있었다.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다 보니 그런 이야기를 하신 적은 있었지만 반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심신은 "딸의 가수 데뷔를 반대한 적은 없다.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은 이후, 스스로 가고자 하는 길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응원했다며 "제가 가부장적인 아버지 스타일은 아니다. 저희 아버지가 워낙 엄격한 분이었기에 딸에게는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는 게 꿈이었다. 어렵지 않은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막 혼낸 적도 없다. 무엇이든지 네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 가족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가수로 활동하며 항상 제게는 아이들을 위해 노래하러 나간다는 명분이 있었어요. 제 음악적 이상도 좇아야 했고, 아이들을 위해 현실적인 삶도 살아야 했기에 제 능력 안에서 늘 최선을 다했죠. 그만큼 공연 요청이 많이 많았어요. 크고 작은 무대에 서며 제가 느꼈던 건 '노래는 큰 무대보다 작은 무대에서 더 잘 배울 수 있다'였어요. 작은 무대에서는 조금만 틀려도 관객들에게 잘 보이거든요. 그래서 더 조심스럽죠. 5명 앞에서 노래하나, 5만 명 앞에서 노래하나 보는 사람들의 수만 다를 뿐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는 똑같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공연도 하고 일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연습과 배움을 거듭했죠. 그렇게 지금까지 긍정적 마인드로 일해 왔던 것 같아요."(심신)
심신은 '라이브 천재' 벨도 인정하는 성대의 소유자다. 심신은 "다행히도 제 성대가 굉장히 튼튼한 편이다. 목이 튼튼하지 않으면 저 같은 일꾼 가수가 되기 어렵다"며 웃었다. 벨은 "아버지가 목 관리를 잘하는 편인데 타고난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신은 "혹시라도 감기 걸릴까 봐 항상 스카프를 하고 다닌다. 내가 목이 안 좋아 노래를 못해도 그건 내 사정이라고 생각한다. 목이 쉬는 건, 관리 못한 건 가수 책임이다. 17살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그런 생각으로 목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 1989년 첫 솔로 앨범을 내기 전 17살 때부터 그룹사운드 활동을 했는데 제가 빠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목이 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목 상태에 대한 핑계는 프로의 세계에선 안 통하는 것"이라고 회상했다.
심신의 투철한 자기 관리와 확연한 개성은 후배 뮤지션 벨에게도 귀감이 됐다. 벨은 "아빠가 항상 고수하시는 고집이 있다. 어렸을 때는 '아빠가 왜 저러나'라고 생각하며 항상 아빠를 이해 못 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지금 와서 보니 아빠가 한결같이 고집해 온 음악적 스타일, 성향 자체가 엄청 큰 아티스트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존경스럽다. 예를 들면 선글라스라든가 가죽재킷이다. 아티스트에게 캐릭터가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아버지가 정말 멋진 아티스트라고 느낀다"고 밝혔다.
심신을 빼닮은 음악성으로 K팝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심신 딸'이라는 수식어를 스스로 전면에 내세운 적은 없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버지의 후광을 누리기보다는 작곡가이자 작사가, 키스오브라이프 멤버 벨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열망에서다.
벨은 "키스오브라이프로 데뷔하는 과정에 있어서 아버지의 영향에 기대 좀 더 주목받아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심신은 "지금의 전 옛날의 심신은 아니다. 사람들의 기억을 밑천으로 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벨은 "아버지가 그때만큼 유명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엄청 대단하신 분이고 그걸로 주목받을 게 분명하기에 좀 더 제 실력을 보여드린 후에 아버지가 재조명되는 그림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아버지가 저한테 음악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신 아버지였고, 뮤지션으로서 좋은 멘토이긴 했지만 제가 스스로 이뤄낸 것들에 대해 먼저 인정을 받고 그다음에 아버지와 함께 관심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그룹사운드 활동을 시작해 짧지 않은 무명 시절을 보낸 심신은 1989년 '그대 슬픔까지 사랑해', '오직 하나뿐인 그대' 등을 수록한 1집 앨범으로 각종 음악 방송 1위를 장기간 점령했다. 제6회 골든디스크 신인상, 제2회 서울가요대상 신인상 수상 등 영예도 안았다.
30년 넘게 가수 활동을 이어 온 원동력은 본업에 대한 진심이었다. 심신은 "가장 큰 이유는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제 감성을 표현했을 때 관객들이 기뻐하고 감정 이입하는 모습을 좋아한다. 노래로 하나가 되는 감정이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으로서 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밝혔다.
"일이 잘되고, 못되고를 첫 번째로 생각하지 않아요. 항상 노래하는 걸 최우선시하죠. 여전히 소리에 대해 공부해 나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삶에서 겪는 모든 희로애락, 좋은 일과 어려운 일들이 합쳐져 저만의 감성으로 쌓인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조금씩 다른 제 소리가 생겨나고 있다는 성취감이 노래를 하는 가장 큰 이유죠."
공연 활동도 부단히 지속 중이다. 지난 주말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뉴엑스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해 관객들과 소통한 것. 심신은 "오랜만에 후배들도 만났다. 출연자 중 제가 제일 고참이더라. 신기했다. 예전에는 항상 막내였는데 이제 왕고참이 됐다"며 웃었다.
이어 "클론, 룰라, 포지션 등 굉장히 많은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다. 사람들과 그 시절을 리마인드하는 시간도 보냈다. 아직도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서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큰 자긍심도 느꼈다"며 "요즘에도 크고 작은 공연을 많이 하고 있다. 물론 어릴 적에 비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 아니지만 그거와 관계없이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꾸준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계속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심신은 최근 펑키댄스곡 '너의 고민들'과 모던록 장르의 '반했어', 재즈곡 'Shall we dance'(쉘 위 댄스), '오직 하나뿐인 그대' 2020년 버전, '돌고 도는 인생' 리메이크 음원 등을 연달아 발매하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세상에 내보였다.
심신은 "제가 최전성기에 있었을 때 TV에서 봤던 이미지를 아직도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신다. 그 기대에 어느 정도 부합하고 싶어 최선을 다해 노래를 발표하고 무대에 서고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 중 하나가 빅밴드의 말랑말랑한 곡들이다. 음악적 욕심이 많다. 기본적으로 록 스타일 기반의 음악을 해 왔는데 최근 곡도 하나 새로 만들었다. 가사는 딸(벨)에게 부탁했다. 딸이 써 준 가사로 녹음을 했는데 가제는 '이 밤'이다. 로맨틱 발라드를 써서 보냈더니 멜로디에 정말 잘 붙는 가사를 예쁘게 써줬다"며 '이 밤'(가제) 미완성 버전을 즉석에서 들려줬다.
벨은 "아무래도 세대가 다르다 보니 아빠한테 없을 수 있는 저만의 감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사를 썼을 당시가 키스오브라이프 활동으로 바쁜 시기이긴 했는데 제 나이대가 공감할 수 있는 로맨틱한 가사를 잠들기 전 휴대전화로 썼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재즈풍을 좋아하시고 멜로디도 워낙 잘 쓴다"고 말했다. 심신은 "편곡 때문에 발매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멜론 등 음원 사이트에서는 심신의 초창기 앨범들에 대한 댓글이 여전히 심심치 않게 게재되고 있다. "진정한 명반", "명곡 중 명곡", "쌍권총으로 날리던 그저 옛날 가수만은 아니다", "30여 년 전 발매된 노래인데도 멜로디라인이 세련돼서 놀랍고 감탄스럽다" 등 호평은 심신이 오랜 시간 회자될 만한 명곡을 보유한 가수이자 시대를 가로지르는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심신은 "1집 앨범에 대한 평이 좋았다. 당시에는 앞서 가는 음악이었다는 반응도 존재했다. 컴퓨터가 없어 생 음악, 세션과 녹음했는데 당시 최고의 뮤지션들과 녹음을 했다. 그때 있던 소속사가 정말 좋은 메이저급 회사였다. 그때 앨범이 100만 장 넘게 팔렸다. 1989년 1집 앨범이 나온 뒤 1년 정도는 반응이 없었다. 1991년쯤 뜨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심신이 어린 시절 딸에게 좋은 지지대가 돼 줬듯 이젠 벨이 심신의 정신적 버팀목이 되고 있다. 심신은 "항상 보이지 않게 절 깊게 생각해 주더라. 말은 안 하지만 제 상황을 잘 알아주고 제가 음악 안 하면 못 사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아준다. 요즘도 전 밴드와 함께 잼을 한다. 아직도 10대, 20대 후반에 음악을 하던 시절처럼 살고 있다. 나이가 있는 사람이 밴드 합주실에 다니고 매일 연습을 하고 음악을 즐기고 사는 거다. 인기도가 달라졌을 뿐 생활은 똑같이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점점 더 알아주기 시작하고 공연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사실 노래만 하고 가족을 건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다행히도 일이 한 번도 끊긴 적이 없다. 전국 팔도 각종 행사에 다녔어요. 영화 음악과 클래식의 만남, 오케스트라, 재즈 밴드 행사도 있었고 저 혼자 하는 행사도 있었죠. 요즘에도 제가 직접 행사를 잡지 않고 들어오는 것만 소화하고 있어요.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행사비로 제 음반도 제작하고, 활동비로 쓰고 있어요. 현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심신 공연 잘한다', '어렸을 때 심신보다 낫다'라는 평을 받으며 행사에 다닐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해요. 항상 감사하죠.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살 수 있다는 게."
벨은 "최근 키스오브라이프 앨범 영상통화 팬사인회를 했는데 아버지 팬을 만났다. 서양권 팬 분이셨는데 영상통화 중에 아버지 노래를 직접 불러주시더라. 영어로 심신의 팬이라고 했다. 외국에도 여전히 아버지 팬이 있다"고 밝혔다.
심신은 "가수는 항상 스타로서 쭉 가는 게 아니다. 날씨처럼 기복이 있다. 그래야 스스로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고 배우고 공부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마라톤 선수가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4년간 매일 뛰다가 대회에 나가 보여주듯이 제 인생도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다. 마라토너처럼. 제가 언제까지 살지 모르겠지만 사는 동안에 더 많은 분들께 또 다른 감동적인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 그런 날이 한 번이고 두 번이고 더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날의 무대들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벨은 2024년에도 키스오브라이프의 음악적 중심축으로 열일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벨은 "아무래도 신인이다 보니 활동하고, 곡 작업을 하느라 바쁘다. '배드 뉴스' 가사처럼 저희 음악을 듣는 많은 분들이 쉽게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멋진 음악, 예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 음악적으로도 퍼포먼스적으로도 한계 없는 팀이라는 걸 증명하며 좋은 영향력을 이어가는 가수가 되고 싶다. 데뷔하고 나서 스스로 발견한 새로운 모습도 많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것들을 토대로 새로운 음악과 무대를 보여드릴 예정이다"고 밝혔다.
심신은 "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항상 절 응원해 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느끼고 있다. 그분들께 보답하는 길은 들었을 때 보다 나은 소리를 들려드리고, 좋은 느낌으로 노래하는 가수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감동 있는 노래를 할 수 있는 가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벨은 "올해가 끝나가는데 키씨(키스오브라이프 공식 팬덤명)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키씨들 덕분에 저희가 이렇게 큰 무대에 서 보고 자랑스러운 무대를 많이 남긴 것 같아 뿌듯하다. 앞으로 셀 수 없는 기간 동안 함께할 텐데 잘 부탁드린다. 더 멋진 음악과 퍼포먼스로 키씨 분들을 더 자랑스럽게 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 표명중 ace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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