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폭염·태풍 때도 KTX 등 열차 안전 운행 지키는 ‘스마트재해관리시스템’…기후변화에 대응
올여름에는 그동안 우리가 경험한 장마와는 다른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뒤이어 극단적 폭염이 왔고,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샅샅이 훑고 지나갔다. 갈수록 심해지는 여름철 기상이변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속철도 KTX 등을 운영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이런 기상이변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재해관리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기상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위험예지시스템’…레일 온도 관리, 지진·낙석 감지도
코레일이 운영하는 ‘스마트재해관리시스템’ 중 핵심은 열차의 운행 안전을 해치는 계절적 재해요인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 위험예지 시스템’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미 발생한 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뛰어넘어, 위험요인을 미리 감시할 수 있는 첨단 재해 예측 프로세스”라면서 “이를 기반으로 재해로 인한 사고 및 장애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적 위험예지 시스템’ 중 대표적인 것이 열차 운행 안전 확보의 핵심 요소인 선로 변형 가능성을 사전 탐지하는 ‘레일 온도 모니터링·예측 시스템’이다. 외부 공기에 그대로 노출된 선로는 열을 가하면 팽창하고 식으면 수축하는 특성이 있는데, 폭염에 레일이 늘어나 휘어지거나 한파로 인해 중간 이음매가 끊어질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코레일은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해 2일 후까지 미리 레일 온도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올 10월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전국 210곳의 선로에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부착해 레일과 대기의 온도를 측정하고, 현장의 지리 정보와 기상청 예보, 과거에 측정된 누적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레일 온도 변화 추이를 분석한 뒤 이틀 후의 레일 온도까지 산출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 정보는 빅데이터 포털을 통해 시간대별로 현장에 전해져 선로 감시원이 현장에 배치되고,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의 내비게이션에도 레일 온도가 실시간 표출되어 열차를 사전에 서행 운행 또는 정지하도록 관리한다.
레일 온도 48도 넘으면 자동으로 물 뿌려주는 시스템 가동
또 폭염 기간에는 전국 주요 선로에서 ‘자동살수시스템’을 가동한다. 레일 온도가 48도를 넘으면 자동으로 선로에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히고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코레일은 이 자동살수시스템의 설치 장소를 지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코레일은 현재 156곳인 자동살수시스템 설치 장소를 2024년 409곳으로 253곳 늘리기로 했다.
과학적 재해 대응체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철도교통관제 상황실 벽면에는 안전 관련 빅데이터 통합 포털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대형 전광판이 있다. 이를 통해 선로 인근의 강수량, 풍속, 지진정보 등 기상청의 관측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코레일은 빅데이터 통합 포털을 통해 열차운행선의 기상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호우주의보, 경보 등 기상 특보 현황을 종합 검토해 열차의 속도 제한이나 구간조정, 운행중지 등 열차 운행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기상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전국 각 노선의 역사와 운행선로에 대한 기상예보와 현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으며, 모니터에는 발효 중인 기상특보지역에 따른 운행선 구간이 연계 표출된다. 이에 따라 폭우, 대설, 태풍 등 위험기상 발생을 실시간으로 확인한 뒤 위험구간에 예·경보를 적시에 발효해 열차 안전운행을 확보하고 있다고 코레일은 설명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국지적인 극한호우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레일 온도 관리 메뉴에서는 실시간으로 ‘현재 최고 레일 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 선로별 사물인터넷(IoT) 센서는 온도에 따라 다른 색의 점으로 표시해 위험 현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한다. 특정 취약지점을 지정해 온도변화를 시간대별로 확인할 수 있으며, 레일 온도 기준에 따라서 열차 서행이 필요한 곳만 별도로 모니터링하는 기능도 구축했다.
상황실 전면을 가득 채우는 전국 선로 현황 전광판 하단에는 ‘철도통합 지진감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역사 및 선로변 주요 개소에 설치된 지진감지장치가 모니터링하는 지진정보를 고속선과 일반선 등 선로별, 지역별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지진 발생 시에는 경보 알람이 울리고, 지진의 영향권 안에 있는 철도 노선과 구조물을 조회해 열차 운행 중단이나 승객 대피 등 신속하게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진 이외에도 열차 안전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로 내 낙석 등을 감시하기 위해 영동선, 경전선 등 재해 취약지 10개 노선에 총 163개의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 낙석 감지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CCTV 영상인식을 통해 선로 안에 들어온 낙석을 실시간으로 발견하고 인근 선로에 운행하는 기관사와 인근 역, 선로관리 담당 사업소 등에 위험 사실을 즉시 통보하는 시스템이다. 신속한 재난 대응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현장감이 인력을 최소화하면서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코레일은 열차 안전 운행을 위해 폭염과 호우, 강풍 등 ‘기상이변에 따른 열차 운행 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열차를 서행하거나 운행을 중지시키는 등 열차 운행을 조정하고 있다. 고속철도 전용선로를 기준으로 보면, 레일 온도가 55℃를 초과하면 고속열차는 시속 230km 이하로 서행하고, 바람이 초속 30m 이상 불면 시속 170km 이하로 서행한다. 시간당 강우량이 60㎜를 초과하면 운행이 중지된다.
이에 따라 올여름 극한호우 기간 동안 일반철도 구간에서 일주일 간(7월 14~20일) 열차 운행이 일부 또는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뿐 아니라 해당 구간에 다니는 고속열차도 함께 멈췄다. 무엇보다 승객의 안전을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 지속적인 폭우로 지반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토사 유입이나 선로 유실에 취약한 일반철도 구간에서 모든 열차가 운행을 중단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이상기후의 피해가 다르게 나타나면서 일괄적 통제 기준에 대한 개선 요구가 내외부에서 함께 제기되면서 코레일은 관련 제도와 기준을 개선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코레일은 우선 내년 6월까지 ‘지역별·노선별 특성을 반영한 열차 통제 기준’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새로운 열차 통제 기준에 반영할 계획이다. 열차 지연이나 중단으로 인한 고객불편을 최소화함으로써 국민편익을 지키고, 철도 안전을 철저하게 확보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있다.
아울러 코레일은 기상 이변으로 인한 열차 운행 중단이나 장시간 지연 등 이례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고객 안내를 더욱 강화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열차 운행현황을 알릴 수 있도록 언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방송사 뉴스 보도 중 상시 표출되는 자막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코레일 홈페이지 공지까지 다양한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코레일이 운영하는 모바일 앱인 ‘코레일톡’뿐 아니라 지하철 정보 앱과 네이버 앱에서도 열차 운행 상황을 조회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운행조정 대상 열차를 예매한 고객에게는 문자메시지나 코레일톡 앱 알림 등을 발송해 개별적으로 안내하고, 운행 조정 당시에 역과 열차를 이용 중인 고객에게는 역사 안 알림 게시판과 LED안내판, 열차 모니터 등으로 실시간 운행정보를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고객에게 전달될 때까지 가용 자원을 모두 활용해 열차 정보를 안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효과적인 수단을 지속해서 찾아내 고객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코레일은 운행 중단된 열차 승차권의 환불을 고객이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신용카드 등 결제수단으로 자동환급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현금으로 기차표를 구입한 고객도 역에 찾아가지 않고 코레일톡을 통해 환불을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특히 코레일톡에서는 열차가 몇 분 지연되는지 바로 알 수 있고, 출발시각이 경과한 지연열차 승차권도 코레일톡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고객 편의를 높였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올해 극심한 이상기후를 겪으면서 발생한 문제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스마트재해관리시스템을 구축했고, 이후에도 기후재난에 대한 선제 대응을 위해 첨단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활용하고 열차 운행 관련 제도와 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등 철도 안전을 더욱 굳건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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