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승점자판기래?" 래시포드 한 명보다 몸값 낮은 '덴마크 미친개 클럽', 맨유 넘어 기적을 쓰다

윤진만 2023. 12. 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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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23~2024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A조가 '죽음의 조'로 따로 불리지 않았던 데에는 두 자이언트 클럽인 맨유와 바이에른뮌헨의 존재 때문이다. 맨유와 뮌헨이 조 1위를 다투다 나란히 16강에 진출하고 튀르키예 명문 갈라타사라이가 3위 자격으로 유로파리그에 출전하며 코펜하겐은 '무승 광탈'한 2022~2023시즌 역사를 반복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다른 1강 3약의 양상이 펼쳐졌다. 김민재가 버티는 뮌헨은 6경기에서 5번 이기고 단 1번 비기는 압도적인 전력으로 일찌감치 조 1위를 차지했다. 2위 싸움은 치열했다. 맨유, 갈라타사라이, 그리고 코펜하겐이 엎치락뒷치락했다. 앞서 3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코펜하게인 조별리그 4차전에서 맨유를 4대3으로 꺾으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어진 뮌헨 원정에서 0대0 무승부로 승점 1점을 벌어온 코펜하겐은 최종전에서 갈라타사라이를 1대0으로 꺾으면서 2승2무2패, 승점 8점을 기록하며 기적처럼 조 2위를 차지했다. 갈라타사라이는 승점 5점으로 3위에 머무르며 유로파리그로 강등됐고, 최종전에서 뮌헨에 패한 맨유는 6경기에서 단 1승만을 거두는 부진으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UCL 조별리그를 최하위로 끝마치는 동시에 탈락 고배를 마셨다.

맨유 대신 코펜하겐이 UCL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사실은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인지도, 역사를 넘어 당장 올시즌 선수단 몸값만 비교해도 싸움이 되질 않는다. 코펜하겐의 선수단 전체 몸값(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은 약 6635만유로(약 1100억원)다. 가장 몸값이 높은 선수는 수문장인 폴란드 출신 카밀 그라바라(900만유로)다. 맨유에서 몸값이 가장 높은 선수는 '캡틴'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이상 7500만유로)다. 래시포드 한 명의 몸값이 코펜하겐 선수단 전체의 시장 가치보다 높은 셈이다. 맨유는 코펜하겐을 상대로 홈에서 안드레 오나나의 페널티 선방으로 진땀승을 거뒀고, 원정에선 래시포드 퇴장 여파로 패했다. 맨유가 탈락한 데에는 코펜하겐전 패배가 주는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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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은 '기적을 썼다'는 반응이다. 미드필더 라스무스 폴크는 경기 후 '비아플레이'와 인터뷰에서 "이런 순위로 조별리그가 끝나는 게 말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덴마크 클럽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미칠 정도로 뿌듯하다"고 들뜬 소감을 말했다. 야콥 니스트루프 코펜하겐 감독은 "덴마크 팀을 만나는 팀들이 우릴 과소평가하는 함정에 빠진 것 같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장점"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매체 'B.T' 스포츠해설위원 라세 보그는 칼럼을 통해 "코펜하겐은 저먼 셰퍼드 무리에 속한 광견병에 걸린 닥스훈트처럼 행동했다. 이것이 코펜하겐이 유럽 헤비급 클럽과 경기에 접근한 방식이다. 무례하고, 오만한 팀"이라며 "코펜하겐은 덴마크 축구의 새로운 돌파구"라고 표현했다.

코펜하겐은 조별리그로 직행한 뮌헨, 맨유와 달리 치열한 예선을 거쳤다. 2차예선부터 참가해 3차예선, 플레이오프 라운드를 거쳐 힘겹게 조별리그에 올라 새로운 역사를 썼다. 1992년에 창단한 코펜하겐이 UCL 토너먼트에 진출한 건 2010~2011시즌 이후 13년만이다. 역대 최고 성적도 16강이다. 조규성 이한범 소속팀 미트윌란에 이어 덴마크 리그 3위에 머문 코펜하겐은 36살 젊은 감독과 함께 토너먼트에서도 기적을 쓸 수 있을까? 현지시각 18일에 16강 조추첨이 펼쳐진다. 지금까지 16강을 통과한 팀은 뮌헨 아스널 레알마드리드 레알소시에다드 맨시티 코펜하겐 에인트호번 나폴리 인터밀란 라이프치히 아틀레티코 라치오 도르트문트 바르셀로나 등 14개팀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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