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들썩이던 ‘LK-99’ 결국…“초전도체 근거 없다” 결론(종합)

김정유 2023. 12. 1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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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학회 ‘LK-99’ 검증위 백서 13일 공개
퀀텀 측서 시료 못 받아 교차검증 불발
초전도성 근거 없어, 저항 큰 부도체 불과
4개월만에 난 결론에 주식시장도 냉각
과학계선 “이제 수긍해야, 이것이 과학”
퀀텀에너지연구소 및 한양대 연구진이 공개한 상온 초전도체‘LK-99’.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지난 4개월간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상온상압(가열하거나 냉각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기온이나 압력) 초전도체 ‘LK-99’에 대해 “초전도체라는 근거가 전혀없다”는 검증 결과가 나왔다. 전기저항이 없고 자석을 띄울 수 있는 마이스너(반자성) 특성이 아닌, 단순히 비저항값이 큰 부도체(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체)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이같은 소식에 최근까지 초전도체 가능성을 두고 달아올랐던 관련 주식시장도 빠르게 식어가는 모습이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는 13일 ‘LK-99’ 검증 백서를 내고 “원 논문의 데이터와 국내외 재현실험연구결과를 종합해 고려해보면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전혀없다”고 결론 내렸다. 학회가 ‘LK-99’를 검증하기 위해 지난 8월 위원회를 꾸린지 4개월여 만이다. 검증위엔 서울대·경희대·고려대·부산대·성균관대·포항공대·한양대 등에 속한 8개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 됐을 때 내부 자기장이 다른 물체를 밀어내는 현상인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물질이다. 그동안 초전도체는 초저온이나 고압의 환경에서만 가능했지만, 초전도체는 자연 그대로의 기온이나 압력 상황에서도 구현 가능하다. 때문에 무손실 전력 공급 등 초전도체가 현실화될 경우 다양한 삶의 혁신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검증위가 4개월간 검증한 ‘LK-99’는지난 7월 국내의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아카이브(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에 올린 논문 두 편에서 언급된 물질이다. 당시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 등이 참여한 한국 연구팀은 ‘LK-99’를 초전도체라고 주장했다. 세상에 없던 초전도체 개발 가능성에 국내는 물론 전 세계도 들썩였다. 주식시장도 요동쳤다. 초전도체 테마로 분류된 종목들은 주가가 널뛰기하며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이후 ‘LK-99’의 현실성에 대한 과학계와 시장의 의구심이 커졌다. 이에 초전도저온학회는 검증위를 구성해 직접 ‘LK-99’ 검증에 나섰다. 검증위는 퀀텀에너지연구소에 ‘LK-99’ 시료를 받아 교차 측정하고, 발표된 논문의 제작 방법을 이용한 재현 연구로 두 가지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 당초 검증 결과는 지난 10월께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결국 12월이 돼서야 결론이 났다.

검증위 측은 “‘LK-99’ 시료 요청에도 퀀텀에너지연구소로부터 시료를 제공받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교차측정을 통한 검증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검증위는 공개된 합성방법에 따른 합성, 고유방법을 사용한 합성, 단결정 시료 합성 등의 세 가지 방법을 활용했다. 하지만 모든 방법에서 ‘LK-99’에 대한 초전도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검증위 측은 “‘LK-99’의 논문에 담긴 비저항 데이터가 보여준 섭씨 100도 근처의 급격한 변화는 이후 연구에서 황화구리(Cu2S) 불순물이 갖고 있는 상전이(온도 압력 등으로 물질의 상이 변화하는 것)에 의한 것”이라며 “실제 이후 불순물이 없는 단결정 성장 연구 결과에선 상전이가 없는 저항이 매우 큰 부도체임을 알려준다”고 밝혔다. 즉 ‘LK-99’가 초전도체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검증 결과에 이데일리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석배 대표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받지 않았다.

4개월간의 검증 결과가 “‘LK-99’는 초전도체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려지자 국내 주식시장도 빠르게 식어가는 모습이다. 한창 ‘LK-99’가 이슈로 떠오를때 급등했던, 이른바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들의 주식은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큰 폭으로 주가가 떨어진 신성델타테크(-10.4%), 씨씨에스(-8.5%) 등이 대표적이다.

과학계에서도 이번 ‘LK-99’ 검증 결과가 나온만큼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는 “여러 전문가들이 4개월이나 심사숙고해 내린 결론인만큼 이제는 (사회가) 수긍을 해야한다”며 “과학에 관심이 없고 오직 초전도체를 투자 개념으로 보는 일반 투자자들이 성공하길 바랐을텐데 이번 결과로 실망했을거다. 하지만 이것이 과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퀀텀 측에서 ‘LK-99’ 시료를 계속 제공하지 않았는데, 4개월이나 샘플하나 못 만드는 건 문제가 있다”며 “검증 결과가 나왔으면 수긍을 해야한다. 앞으로 과학적인 발견이 계속 많아질 것인만큼 이처럼 검증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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