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의 아이러니…‘바닥난방 애착’이 기후를 위협한다

한겨레 2023. 12. 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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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남부 해변 '코트다쥐르'는 지중해의 그림 같은 풍경으로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곳이다.

바로 그 지점이 전통 온돌이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맨발에 바닥의 냉기가 느껴지면 서늘한 '기분에' 난방온도를 올리게 되고, 발에 온기가 전해질 정도로 바닥이 데워졌을 때는 여지없이 과다난방 상태가 되어 실내온도는 30도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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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온돌은 요리를 위해 땐 불의 열기를 바닥 구들로 통과시켜 진흙으로 된 바닥을 데우는 방식이라 땔감 구하기 어려운 겨울, 요리와 난방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극단의 효율성 덕분에 민가에 급속히 퍼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크리틱] 임우진 |프랑스 국립 건축가

 프랑스 남부 해변 ‘코트다쥐르’는 지중해의 그림 같은 풍경으로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곳이다. 니스, 칸, 모나코 같은 유명한 관광도시와 영화제, 자동차경주 같은 이벤트도 많아 사시사철 인파로 북적인다. 이렇게 멋진 곳을 전세계 부호들이 내버려둘 리 없다. 니스와 칸 사이 해변 따라 러시아 에너지 재벌이나 중동 왕족의 고급빌라들이 줄지어 있다. 그런데 아무리 부자라도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좁은 해변도로뿐인 지역에 몰리는 인파로 인한 고질적인 교통체증이다.

그러나 필요가 있는 곳에 기회도 있는 법. 수완 좋은 이는 부자들을 위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 헬기 택시였다. 아무리 고급승용차이더라도 공항에서 집까지 몇시간씩 길에 버려야 했던 부호들에게 몇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나는 택시는 매력적이었고, 이 사업은 금세 성공을 거둔다.

처음에는 잦아진 헬기 운행에 주민들이 소음이나 공해문제로 불만을 토로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한 시민단체가 다음 문제를 제기했을 때 헬기업체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사업허가를 내준 지방정부마저 말문이 막히게 됐다. “아무리 부자라도 같은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탄소를 200배 더 배출할 권리가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결국, 2023년 당국은 이 교통수단의 허가를 유지할지 검토 중이다.

지난해 책 ‘보이지 않는 도시’를 출간했을 때, 유독 항의성 반론을 많이 받았던 내용이 있다. 우리의 온돌문화에 내포된 불합리성을 언급한 부분이었다. 여태껏 온돌의 위대함만 들어봤지 단점을 접한 것은 처음이라 신선했다는 소수의견도 있었지만, 대다수 항의는 소중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왜 비판하느냐였다.

팩트만 이야기하면, 온돌은 한민족만의 고유한 문화가 아니다. 로마시대에 이미 뜨거운 공기로 바닥을 데우는 히포카우스트(Hypocaust) 난방법이 있었고, 중세유럽(글로리아)과 중국(디강)에도 사용됐다. 반면 ‘입식문화권’이었던 한반도에 온돌이 보급된 것은 16세기에 들어서였다. 수많은 미사여구가 있지만, 온돌이 이 땅에서 유난히 성공을 거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에너지효율’ 때문이다. 요리를 위해 땐 불의 열기를 바닥 구들로 통과시켜 진흙으로 된 바닥을 데우는 방식이라 땔감 구하기 어려운 겨울, 요리와 난방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극단의 효율성 덕분에 민가에 급속히 퍼졌다. 바로 그 지점이 전통 온돌이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그런데 그 에너지 효율성 때문에 자리 잡은 온돌은 한국인의 감각을 독특하게 변형시킨다. 아무리 실내가 따뜻해도 열원과 직접 접촉이 없으면 감각적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이른바 ‘열접촉 중독’으로 해석 가능한 체질로 변화한 것이다. 맨발에 바닥의 냉기가 느껴지면 서늘한 ‘기분에’ 난방온도를 올리게 되고, 발에 온기가 전해질 정도로 바닥이 데워졌을 때는 여지없이 과다난방 상태가 되어 실내온도는 30도를 넘는다. 외부는 영하 20도인데도, 결국 얇은 반팔옷으로 실내 더위를 난다. 에너지 효율 때문에 도입된 난방이 에너지 낭비의 주범이 된 아이러니다.

패러다임은 바뀐다. 대류식 난방보다 4배 이상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바닥 난방만을 고집하는 한국인은 연료가격이 몇배는 오를 20년 뒤에도 한겨울 집에서 맨발로 지내는 습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천연가스와 석유가 고갈될 30년 뒤에도 우리는 온돌을 ‘위대한 유산’이라 고집하며 반팔옷을 입은 채 한겨울을 보내며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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