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단체관람이 좌빨 교육?... 좌표 찍은 학교까지 찾아간 보수단체

이승엽 2023. 12. 13. 15:2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누적 관객 7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학생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리기 위해 단체관람을 추진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보수단체는 서울의 봄을 "좌편향 역사왜곡 영화"로 규정하며 단체관람을 한 학교까지 찾아가 규탄 집회를 여는 등 논란으로 키우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와 보수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이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 앞에서 영화 '서울의 봄' 단체관람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승엽 기자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누적 관객 7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학생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리기 위해 단체관람을 추진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보수단체는 서울의 봄을 "좌편향 역사왜곡 영화"로 규정하며 단체관람을 한 학교까지 찾아가 규탄 집회를 여는 등 논란으로 키우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현안마다 정치적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한국사회의 '갈라치기' 흐름이 온라인을 넘어 교육 공간에까지 표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보수성향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와 보수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13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의 A중학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서울의 봄 단체관람을 결정한 학교 측을 맹비난했다. 10여 명이 나온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역사왜곡 영화에 학생 동원 중단하라" "영화는 영화일 뿐 더 이상 속지 말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A중 교장에게 사과와 반성을 요구했다.

김세의 가세연 대표는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학교들이 역사교육의 일환인 양 서울의 봄을 이용하고 있다"며 "영화 '나폴레옹'이 100만 배 더 재미있는데 왜 역사왜곡 영화를 강요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단장은 "특정 단체가 개입하고 있는 정황이 있다"면서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학교 측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교 진학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2, 13일 이틀간 자기개발 시기 외부체험활동을 계획했고, 관람할 영화 선택권도 줬다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집회와 관련해서는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며 "시험 기간이라 집회 시작 전에 학생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을 찾은 한 시민이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문제는 일부 단체의 학교 압박 수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단체관람 학교 실명을 공개하는 등 이른바 '좌표 찍기’를 통해 지지자들이 학교에 항의 전화를 하게 하거나 교육청에 민원을 넣게 한 데 이어 오프라인 집회까지 강행하며 학교 구성원을 옥죄고 있다.

서울의 봄 단체관람 취소 운동은 앞서 4일 가세연이 B초등학교의 가정통신문을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단체는 "더러운 좌빨(좌편향) 교육을 막아야 한다. 다 함께 교육부에 신고하자"는 글을 올리며 지지층의 동참을 촉구했다. 해당 초등학교는 결국 단체관람을 포기했고, 이후 좌표가 찍힌 학교들도 줄줄이 관람 취소를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재발송했다.

가세연이 14일 교문 앞 집회를 예고한 송파구 C중 역시 단체관람 취소를 검토 중이다. 학교 관계자는 "(관람) 취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오늘 중으로 가정통신문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오롯이 학생들의 몫이다. 이날 집회에서도 귀가하던 학생들이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역사 왜곡하지 마세요" "시끄러워요"라고 맞받아치면서 잠시 소동을 빚었다. D(14)양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겠다는데, 왜 학교까지 찾아와 시위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14)양도 "영화 관람을 금지하는 게 오히려 더 주입식 교육"이라며 "공격당하는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만 불쌍하다"고 토로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