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 분쟁·정식 논문 출판 여부 아직 남았다...‘LK-99 시즌2′ 관전 포인트

LK-99 둘러싼 연구 부정 조사, 초전도성 국내 검증 마무리
연구 기여도는 일단락 됐으나 특허권 분쟁은 여전히
국내 검증 결과 “LK-99 초전도체 아냐”
정식 논문 출판 후 모습 드러낼까

국내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LK-99의 실험 장면. LK-99 개발자들 사이의 연구 부정 분쟁 결과와 국내 검증 결과가 최근 발표됐으나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김현탁

국내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LK-99′에 대해 국내 학계가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해외 연구진에 이어 국내에서 진행된 검증에서도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면서 ‘LK-99′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하지만 모든 논란이 끝난 건 아니다. LK-99를 개발한 퀀텀에너지연구소와 권영완 고려대 교수가 기여도를 놓고 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국제학술지 ‘APL 머티리얼즈’에 낸 LK-99 관련 논문이 출판되면 또다시 진위 여부에 대한 공방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LK-99가 이날 국내 학계에서 상온상압 초전도체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상당기간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LK-99 연구자 사이에 내분, 누구 말이 맞나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권 교수에 대한 연구부정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결과문을 통보했다. 권 교수가 받은 의혹은 여섯 가지로 부적절한 집필행위 2건, 부당한 논문 저자 표시 2건, 중복게재 및 자기표절, 표절이다. 지난 7월 아카이브에 공개된 LK-99 관련 논문이 2편으로 나눠 발표되면서 김현탁 미국 버지니아 윌리엄 앤메리대 교수가 권 교수에 대한 조사를 고려대에 요구하면서 시작된 조사였다. 양측은 모두 LK-99 개발에 대한 권리와 기여가 자신이 더 많다며 상대방이 발표한 논문에 문제가 있다는 요지로 주장하고 있다.

고려대 조사에는 5명의 조사위원이 참여해 8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네 차례 회의를 거쳐 이뤄졌다. 권 교수, 김 교수를 비롯해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이석배 대표, 김지훈 전 소장의 소명을 들은 후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권 교수의 연구에 연구부정 행위가 없었다는 것이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결론이다.

권 교수는 지난 11일 설명회를 통해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며 “내가 실질적인 LK-99의 개발자”라고 주장했다.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1차적인 결론을 내렸으나 LK-99 개발 기여에 대한 문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고려대 진실성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응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부가 자료를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권 교수가 LK-99 개발을 주도했다는 것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R&D센터에서 열린 LK-99 관련 고려대 연구진실성 위원회 조사결과 설명회에서 권영완 교수가 설명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권 교수가 받던 연구 부정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연합뉴스

◇단독 출원된 LK-99 특허, 개발자 사이 권리 다툼

연구 성과뿐 아니라 특허에 대한 권리 문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와 권 교수는 각각 LK-99의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연세대 양자산업융합선도단과 손잡고 상용화 연구를 위한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씨씨에스(충북방송)는 권 교수를 경영진으로 참여시키며 초전도체 사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초전도체 상용화를 위해서는 실제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증거를 밝히는 것은 물론 특허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번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조사는 특허 출원과 관계 없이 논문에 대해서만 이뤄진 만큼 아직 특허권을 둘러싼 분쟁이 남아 있다. 권 교수는 “논문에는 기여도에 관한 부분을 명시하지만 특허는 그렇지 않다”며 “특허권을 인정 받기 위해 특허청에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출원된 LK-99 특허를 살펴보면 발명자는 이석배, 김지훈, 권영완이다. 반면 출원인은 퀀텀에너지연구소로 돼 있다. 특허가 등록된 이후 특허권은 일반적으로 출원인에게 주어지는 만큼 현재로서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단독으로 권리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발명자인 권 교수와 김지훈 전 소장이 씨씨에스 경영진으로 참여하면서 특허권을 차지하기 위한 분쟁도 진행 중이다. 현재 권 교수는 특허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자신에게도 LK-99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명자 3인이 특허권의 분배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 특허 등록 자체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정경민 도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현행법상 공동 발명자인 경우 공동 출원이 원칙”이라며 “만약 단독 특허가 되려면 사전에 이를 합의했다는 자료가 남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특허청에 단독 출원이 정당하다는 자료를 제출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LK-99 검증위원회'에 참여한 연구진이 합성한 LK-99. 검증위는 4개월 간의 검증을 통해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LK-99 검증 백서

◇모습 드러내지 않는 LK-99, 정식 논문으로 나올까

LK-99의 상온 초전도성에 대해서도 아직 완전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국내 8개 연구진이 참여한 ‘LK-99 검증위원회’가 LK-99를 초전도체가 아닌 부도체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샘플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증위는 논문과 일반적인 합성법을 바탕으로 LK-99를 합성해 물성을 측정했으나 논문에서 주장한 특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검증위의 결론을 담은 백서에서도 이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검증위는 “시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교차 측정이 불가능했다”며 “국내외 재현 연구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에서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관계자들은 여전히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국제 학술지 ‘APL 머티리얼즈’에 논문을 보내 심사를 받고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논문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샘플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입장인 만큼 논문이 실제 출판으로 이어지면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만들었다는 LK-99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관계자는 “학술지 편집부의 요청에 따라 두 차례의 재검토 이후 다시 수정한 논문을 제출한 상황”이라며 “논문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도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다른 연구진이 검증하지 못하는 이유는 LK-99만이 갖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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