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마약’ 펜타닐 패치 한명에 4826장 처방한 의사 1심서 실형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좀비마약’이라 불리는 펜타닐 패치를 4000여개 불법 처방한 의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재판장 김미경)는 13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의사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650여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A씨는 2020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환자 C씨에게 304회에 걸쳐 펜타닐 패치 4826장을 처방한 혐의를 받는다. 다른 환자 D씨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2019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수면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185회에 걸쳐 1만1896정 처방한 혐의도 있다. 검찰이 펜타닐 패치를 무분별하게 처방한 혐의로 의사를 구속기소한 것은 A씨가 처음이었다.
A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도 받았는데, 재판부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10년간 신상정보 등록도 함께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의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마약류나 향신성의약품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관리했어야 함에도 오랜 기간 여러 사람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약물을 처방해 개인적으로는 이익을 취하고, 사회적으로는 약물의 오남용 위험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A씨가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고 약물을 처방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동종범죄를 저지른 점도 양형에 참작했다고 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의사 B씨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B씨는 2021년 6월부터 11월까지 C씨에게 56회에 걸쳐 펜타닐 패치 686장을 처방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 역시 의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마약류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했어야 함에도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아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A, B씨의 범행은 펜타닐 불법 유통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C씨가 허리디스크를 이유로 16개 병원에서 펜타닐 패치 7655장을 처방받은 뒤, 이를 직접 투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에게 파는 ‘공급책’ 역할도 했다고 봤다. 앞서 C씨는 지난해 7월 펜타닐 패치 124매를 1만5000원에 구입한 뒤 1매에 10만원씩 받고 판매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터다.
재판부는 “최근 펜타닐 오남용 사례가 급증함에 따라 이를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C씨가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은 횟수나 매수가 혼자 사용했다고 보기엔 매우 많은 점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C씨의 집행유예 선고가 지난해 7월 확정된 점을 고려해 해당 판결이 확정되기 전 범행에 대해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이후 범행에 대해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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