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김기현 결단에 따라 달라질 與 총선 세 가지 시나리오
②대표직 사퇴 후 윤재옥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
③대표직 사퇴 및 연말까지 직무대행 후 비대위 체제 전환
전문가들 “김기현 체제 수명 다해… 새로운 체제 고려해야”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준 충격파가 이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중진·친윤 의원들의 불출마·험지 출마 후속 선언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의 당사자인 김기현 대표는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이틀째 잠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르면 이날 오후 늦어도 오는 14일 최고위원회 때 김 대표가 본인 거취를 밝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 대표의 거취에 따라 여권 총선 구도가 대대적으로 바뀔 거라는 전망이 대세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표의 이날 공식 일정은 없다. 전날 예정됐던 당 지도부의 연탄 나눔 봉사 활동도 취소한 채 국회에도 출근하지 않았다.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김 대표는 일정상 ‘통상 업무’라고 공지했을 뿐, 이틀째 잠행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김 대표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내년 4·10 총선 불출마와 당 대표직 사퇴다. 이를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대신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해 대표로 총선을 지휘하는 것 ▲김 대표의 대표직 사퇴로 윤재옥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아 내년 총선 정국을 이끄는 것 ▲김 대표의 대표직 사퇴로 윤 원내대표가 연말까지만 직무대행을 맡되 이후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것 등 세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대표직 사퇴로 인한 윤재옥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공관위 출범은 당 지도부 중심의 총선 운영 체제를 공관위로 넘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다만 아무리 김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해도 대표직을 유지한다면 공관위가 김 대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공관위원장 임명도 결국 당 대표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3·8 전당대회에서 본인이 당 대표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밀어준 장제원 의원도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직은 유지하겠다고 하는 건 김 대표의 욕심”이라며 “공관위원장을 조속히 임명해 공관위 출범으로 본인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것 같은데, ‘김기현 사람’으로 낙인찍힌 위원장의 공천을 누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나”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김 대표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말한 만큼, 본인 말에 책임을 질 거라고 믿는다. 다만 그게 대표직 유지로 가면 안 될 것”이라며 “차라리 공관위 출범 전에 대표직을 내려놓고 윤재옥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에서 김 대표가 아무 영향을 주지 않은 공관위로 총선을 준비하는 게 기득권이 아닌 ‘혁신’ 이미지를 국민들께 제대로 보여줄 거라고 본다”고 했다. 단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총선을 준비하기에 시간이 촉박한 만큼, 김 대표 체제하 공관위 출범 대신 윤재옥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에서 공관위를 출범해 국민 눈높이에 맞춘 혁신 이미지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연말 국회 일정이 빡빡하다는 점에서 윤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내년 총선까지 끌고 가는 건 부담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내달 9일까지 이어지는 12월 임시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외에도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과 국정조사 3건(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건) 등 원내지도부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한 탓이다.
이에 윤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연말까지만 유지하다가 ‘비대위 체제 전환’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대위 체제 전환 시 위원장 후보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가 소위 ‘당이 망했다’는 시그널까지 가지 않는 선에서 출범한 다음에 공관위를 띄운다면 공관위에 제대로 힘이 실릴 것으로 본다”며 “우리 당은 이미 숱하게 비대위 체제를 겪어왔다. 그때마다 나름의 돌파구가 됐거나 분위기 전환이 됐다. 이번에도 다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관위 결정에 대한 최종 의결권을 당 지도부가 갖는 만큼 대행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보다 유권자들에게 보다 확실한 ‘변화와 혁신’의 의지를 전하려면 ‘비대위 체제 전환’만큼 좋은 패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김기현 지도부 체제가 비대위로 전환되면 여론의 관심이 비대위로 몰리면서 힘이 실리는 만큼, 공관위의 안정적인 총선 지원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김기현 대표 지도부 체제’의 수명은 다했다고 보면서도, 현 체제가 무너지더라도 내년 총선을 준비할 수 있는 대안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김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결국 내년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누가 공관위원장을 맡고, 선대위원장으로 어떤 사람이 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총선이 본격화되면 당 지도부나 대표에 쏠리는 관심이 많이 줄어들지만, 아직 4개월 정도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에 대한 관심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거다. 한동안은 당이 어수선할 것”이라며 “김 대표 결단 이후 공관위 구성이나 체제 정비를 당 차원에서 논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미 강서보궐선거 때 김기현 대표 지도부 체제는 한 차례 실패했다. 그걸 만회하고자 혁신위를 띄웠지만 그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악순환이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김 대표의 ‘불출마 선언·대표직 유지’ 결정은 수도권·중도층, 특히 젊은 유권자들에게 ‘노욕(老慾)’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여소야대 정국을 끝내고 당의 총선 승리를 원한다면 장 의원처럼 ‘백의종군’을 하고 새로운 체제하에 총선 준비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라며 “수도권 민심도 잘 읽으면서 국민적 호감도도 괜찮고, 무게감도 좀 있는 정치 인사가 비대위나 공관위, 선대위 등 새로운 체제에 들어오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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