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中 엔지니어 3000명 고용하는 폭스바겐, 이유는?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슬로건 걸고
현지화 통한 비용 절감 전략 시행
독일 폭스바겐은 수십 년 동안 중국 판매용 자동차 설계를 독일 엔지니어에게 맡겼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최근 3000명의 중국 엔지니어로 구성된 팀을 중국 현지에서 고용하기 시작했다. 중국 내 다른 지역의 폭스바겐 사업장에서 파견된 수백 명이 포함된 이들은 중국 중부 허페이에 위치한 폭스바겐 공장에서 전기차를 설계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이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등 중국 현지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같은 폭스바겐의 전략은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In China, for China)’라는 새로운 슬로건 아래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NYT는 “중국이 전기차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폭스바겐이 중국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년 전까지만 해도 5%에 불과했다. 현재 비중은 30%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중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절반이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폭스바겐이 중국 현지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폭스바겐은 오랫동안 중국 내 휘발유 자동차 부문의 선두 주자였으며, 중국 국영 기업과의 두 개의 대규모 합작 투자를 통해 시장의 거의 5분의 1을 점유해 왔다. 하지만 중국 전체 판매량 중 폭스바겐 비중은 3% 미만이다. 이에 폭스바겐은 허페이에 있는 새로운 공장에서 업계 표준 규모인 25만 대보다 더 많은 연간 3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며 공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동안 글로벌 기업은 중국 현지 자동차 제조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중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이 판매하는 전기차는 중국 전체 판매량의 20%도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외국산 전기차의 대부분은 테슬라다. NYT는 “폭스바겐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폭스바겐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사업을 두 배로 늘리는 중”이라며 “폭스바겐의 목표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의 속도와 효율성을 따라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이 중국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 중국 국영은행과 시정부가 전기차 제조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전기차가 과잉 생산되고 있고 이로 인해 가격 경쟁이 불붙으면서 중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가격이 급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NYT는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판매하고 유럽으로 수출할 새로운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타바스칸(Tavascan)을 허페이에서 생산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폭스바겐은 비용 절감을 위해 유럽에서 고용을 줄이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고비용인 유럽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 폭스바겐 경영진은 11월 말 독일 본사 직원을 상대로 한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100억유로 상당의 비용 절감 계획 중 하나다. 폭스바겐의 CEO인 올리버 블룸은 최근 독일 신문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에 “효율성을 높이려면 인력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폭스바겐은 지난해 여름 계기판 전자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중국 전기차 제조사 샤오펑의 지분 4.9%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중국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유럽 부품 제조업체를 대체했다. 폭스바겐 허페이 사업부의 최고기술책임자는 “비용 절감의 최고봉은 현지화”라며 “중국 내 부품을 100% 현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폭스바겐의 움직임은 모든 전통적인 다국적 자동차 회사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상하이의 전기 자동차 산업 컨설턴트인 빌 루소는 “중국의 급속한 전기 자동차 전환과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비용 절감 성공으로 인해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가 무방비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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