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불출마에 김기현 잠행 이틀…與 "고민 차분히 기다려줘야"

윤재옥 원내대표, 金 사퇴론에 "고민하고 있지 않겠나"
이만희 사무총장 "金 시간 가져야…최고위 연기 얘긴 없어"
한동훈·원희룡 비대위 추진설엔 "사실 아냐, 각자의견일 뿐"
당내에선 金에 '대표직 사퇴, 울산 출마' 출구 제안 분위기

지난 12월11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환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2월12일 오후 서울 구룡마을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탄 나눔 봉사활동'에서 연탄을 나르고 있다.<연합뉴스>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의 주축인 국민의힘 친윤석열계 핵심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로 거취 압박을 받는 김기현 당대표가 이틀째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남은 지도부 일원은 "차분하게 기다리는" 모습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12일)부터 일정을 비운 김기현 대표의 사퇴 가능성에 관해 "제가 질문에 답을 드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대표가 고민하고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표·원내대표 '투톱'은 전날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연탄나눔 봉사에 동참할 예정이었으나 김 대표가 급거 취소했다. 이에 따라 윤재옥 원내대표와 이만희 사무총장 등 원내지도부가 주도하는 모양새가 됐다.

김 대표를 향한 대표직 사퇴론이 고조된 가운데, 원내지도부는 이날로 예정됐던 정책의원총회도 취소했다. 윤 원내대표는 "(김 대표와) 중요한 일정과 관련해선 소통하고 있다"며 "특별한 사안을 가지고 의논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이만희 사무총장도 이날 "대표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논의되고 있단 보도에 관해선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비대위 전환이 예정된 게 아니라) 그런 의견을 주시는 의원들이 각자 의견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 두문불출에 따른 목요일(14일) 정례 최고위원회의 연기 가능성에 관해선 "아직 연기됐단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늦어도 14일이면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제기했던 '희생'(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 요청 응답 여부, 대표직 거취를 표명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사무총장은 "(결정을) 차분하게 기다려주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여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전날부터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했고 이날도 국회에 오지 않았다. 서울 성동구 자택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그는 모처에서 측근들과 향후 행보를 두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처럼 윤심(尹心)을 과시하기 어려워진 김 대표의 선택지론 △대표직 유지와 총선 희생 △대표직 사퇴하며 지역구 출마 2가지가 주된 고민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직 사퇴와 희생 결단을 동시에 하는 강수를 둘 수도 있다.

당내에선 범(汎)친윤 또는 비주류에서 김 대표에게 대표직을 사퇴하되 울산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을 '출구'로 제안하는 모양새다. 이용호 의원은 전날 저녁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대표 사퇴 외엔 길이 없다. 외통수"라고 말했다.

이용호 의원은 "제가 다녀보면 국민 (10명 중) 8~9명은 김 대표가 물러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게 국민의 목소리"라며 "만에하나 불출마하고 공천권을 계속 갖고가겠다면 국민이 어떻게 보겠나. 그러면 물러가는 얘기가 또 나올 것"이라고 했다.

'당대표 내려놓고 출마는 하는 시나리오'에 관해선 "그 길이 맞다고 본다"고 답했다. 김용남 전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김 대표 체제론 수도권 선거 승리를 이룰 수 없다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힘 간판이 바뀌어야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