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탐욕을 먹고 자라는 무자본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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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M&A.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차입을 통해 기업을 사들이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기업 간 인수·합병(M&A)에 큰돈이 오가는 만큼 차입은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패한 주가조작만 처벌받는다"며 "무자본 M&A 투자 조합에 CB를 발행하거나, 사명이나 정관 변경 사례가 잦은 경우만 봐도 주가조작의 절반 이상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무자본 M&A 기업 주가는 오늘도 탐욕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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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M&A.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차입을 통해 기업을 사들이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단어만으로 어딘가 불법적인 냄새가 나지만, 모든 무자본 M&A가 불법은 아니다. 기업 간 인수·합병(M&A)에 큰돈이 오가는 만큼 차입은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건 부정한 방법으로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렸을 때다. 주가를 띄울 의도로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거나, 허황한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하는 식이다.
이를 일삼는 ‘작전’ 세력은 먼저 ‘셸’(Shell·껍데기)이 될 회사를 찾는다. 주로 시가총액이 작은 적자기업이 먹잇감이 된다. 작전 세력은 개인 자금이나 사채 등을 끌어와 회사를 인수하고, 경영진을 모두 갈아치운다. 이후 전환사채(CB)나 유상증자를 통해 기업 인수를 위해 빌렸던 자금을 갚는다.
그다음엔 펄(Pearl·주가 부양을 위한 호재성 공시)을 붙여 주가를 띄운다. 더 작은 기업을 인수하거나 신사업을 발표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이후 롤링(Rolling)을 통해 시세를 조종한다. 주식을 사고팔아 거래량을 늘려 주가를 올리는 전문 롤링팀이 있을 정도다. 주가 조작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영풍제지 또한 주가가 폭락하기 3개월 전 리튬 광산 개발에 투자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영풍제지 최대주주인 대양금속도 영풍제지 인수에 60억원밖에 들이지 않았다. 영풍제지 지분 50%에 대한 1300억원 중 차입금으로 861억원을 충당했다. 이후 보유자금이라고 공시한 439억원도 150억원은 CB발행, 230억원은 단기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이에 검찰은 최대주주인 대양금속도 주가조작에 관여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제2의 영풍제지로 의심되는 종목은 여전히 많다. 다만 무자본 M&A 자체를 무조건 불법으로 볼 수는 없어 사전 적발이 쉽지 않다. 걸리기 전까진 정상 기업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패한 주가조작만 처벌받는다”며 “무자본 M&A 투자 조합에 CB를 발행하거나, 사명이나 정관 변경 사례가 잦은 경우만 봐도 주가조작의 절반 이상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책임이 없지 않다. 무자본 M&A가 반복되는 이유는 호재성 공시에 개인 투자자가 반응할 것이란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기업을 사들이는 이들이 결국 주가를 끌어올린다. 설령 작전주라 할지라도 나만 먹고 빠지면 된다는 심리다. 덕분에 무자본 M&A 기업 주가는 오늘도 탐욕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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