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러제재’에 러 반도체 기술 이전 도운 한국인 첫 포함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반도체 기술·장비 등을 이전한 제3국 인사와 기업을 단속하면서 한국인을 처음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1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무기 조달 등에 관여한 약 280개 개인 및 기관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에는 러시아 기업에 반도체 기술을 제공한 한국 국적자 이모씨(61)도 포함됐다. 한국인이 미국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재무부는 이씨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기업 AK마이크로테크의 ‘핵심 조달 대리인’으로 활동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미 재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AK 마이크로테크는 외국의 반도체 기술 등을 러시아의 전자기기 회사들에 이전하는 데 특화된 기업이라고 재무부는 전했다.
이씨는 AK마이크로테크가 한국, 일본, 미국 업체들이 보유한 반도체 생산 관련 기술과 장비를 획득할 수 있도록 자신의 유령회사와 복잡한 결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도왔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한국 국적자인 이씨가 전면적인 금수 조치에 직면한 러시아의 반도체 생산 장비 도입 과정에서 일종의 ‘중개상’ 역할을 한 셈이다.
미국 제재 명단에 오를 경우 제재 대상자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인’이나 업체가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씨는 한국에서도 같은 제재 위반 혐의로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미국의 대러 수출통제와 같은 내용의 수출통제 체제를 도입해 국내법 체계에 편입한 바 있다. 이 씨가 이번에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기까지 한·미 관련 당국 간에 긴밀한 정보 교류가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미국 국무부도 러시아의 제재 회피 행위 등에 연루된 100개 이상의 법인 및 개인을 제재 대상에 새롭게 올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 및 파트너들은 러시아의 명분 없고, 부당하며, 불법적인 전쟁에 맞서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단결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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