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의 그 '소녀' "한없는 속삭임 밀물처럼 몰려와" 끝내 눈물

김일창 기자 2023. 12. 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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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인 고(故) 박수근 화백, 그의 그림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한 소녀가 있으니 바로 그의 딸 인숙씨다.

인숙씨는 "돈을 조금 더 번 후에 창신동에서 정릉동으로 이사를 갔는데, 낮에 그림을 그리시고 오후에는 지인들 만나서 안주도 없이 술을 드시고 그랬던 거 같다"며 "백내장이 왔는데 수술을 잘 못해서 실명했지만 그럼에도 붓을 놓지 않으셨던 아버지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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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화백 장녀 인숙씨, 생애 처음 부친 관련 강의 참석 "추억 새록새록"
조성관 작가 '박수근의 삶과 예술'…김창훈 '박수근 빨래터' 곡 발표
고(故) 박수근 화백의 장녀 인숙씨가 '지니어스 테이블'이 수여한 감사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GT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인 고(故) 박수근 화백, 그의 그림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한 소녀가 있으니 바로 그의 딸 인숙씨다.

여든을 바라보는 인숙씨가 지난 11일 서울 강남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조성관 작가가 진행한 '박수근의 삶과 예술'에서 아버지와 관련한 강의를 생전 처음 들었다고 한다.

아버지에 관한 강의가 수없이 많이 열렸음에도 이번에 처음으로 참석한 이유는 뭘까. 인숙씨는 "조성관 작가가 쓴 아버지에 대해 영역별로 정리해 놓은 책을 봤는데 짧지만 이야기가 아주 진솔하고 정확하게 담겨 있어 참석을 결정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인숙씨는 강의를 들으면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힘들었던 어린 시절, 그럼에도 한없던 부모님의 사랑과 그 안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인숙씨는 "요새 바빠서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지 못하고 지냈는데 강의를 들으면서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내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전쟁 때 38선을 넘어왔는데 그 힘들었던 영화 같은 순간, 아버지가 우리 가족 먹여 살리려고 미군 PX에서 일하면서 미국사람 얼굴을 그려줬던 일, 그렇게 돈을 벌어서 어머니가 창신동에 작은 집을 산 기억, 그 집에서 아버지가 그림을 그리던 모습 등이 다 떠올랐다"며 "창신동에서의 시절은 우리 가족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었다 싶다"고 부연했다.

인숙씨는 "돈을 조금 더 번 후에 창신동에서 정릉동으로 이사를 갔는데, 낮에 그림을 그리시고 오후에는 지인들 만나서 안주도 없이 술을 드시고 그랬던 거 같다"며 "백내장이 왔는데 수술을 잘 못해서 실명했지만 그럼에도 붓을 놓지 않으셨던 아버지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의를 듣는데 그때 '그 눈을 가지고도 그림을 열심히 그리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며 "우리를 한 번 야단치지 않고 사랑으로 교육했단 걸 후에 깨달았는데 그런게 복합적으로 밀려오면서 찐한 감동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인숙씨는 아버지의 그림에 대해 "고향에 흙 같은, 경주의 토기 같은 깊이 있는 색조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함께 살아가자는 희망과 즐거운 모습을 담으려고 애쓴 작가"라며 "아버지의 그림을 보면 한없는 속삭임이 들려온다"고 말했다.

인숙씨는 세종대 미대를 졸업하고 인천에서 미술 교사를 하다가 2006년 인천여중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했다. 현재는 화가와 시니어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조성관 작가는 '지니어스 테이블'(GT) 회원 일동 명의로 인숙씨에게 기념패를 전달했다.

한편, 문화살롱 GT가 진행한 이번 강연에서는 회원인 산울림 베이시스트 김창훈 작곡가가 최성희 시인의 시 '박수근 빨래터'에 음을 붙인 곡 '박수근 빨래터'를 발표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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