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드라마 많은 요즘, '소년시대' 같은 작품도 있어야죠"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요즘 TV 시리즈들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최적화하다 보니 점점 장르적인 성격과 '매운맛'이 강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같은 때 (시청자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코미디를 보고 싶어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드라마) '소년시대'를 연출한 이명우 감독은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자리에서 코미디가 가진 힘과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소년시대'는 최근 무거운 분위기의 장르물이 대세인 OTT는 물론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흔히 찾기 어려운 본격적인 코미디물이다.
이 작품은 학원 액션과 로맨스의 요소도 일부 있지만, 우스꽝스럽게 과장된 포스터와 오프닝부터 코미디임을 강조하고 있다. 마치 '지금부터 신나게 웃을 준비 하라'고 시청자들에게 당부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감독은 "요즘 경제도 힘들고 사는 것도 팍팍하다"면서 "삶에 지치고 무료한 분들이 최소한 제 작품을 보시는 순간만큼은 힐링(치유)하고 웃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년시대'는 1980년대 충남 부여가 배경이다. 늘 맞고만 다니던 '온양 찌질이' 주인공 장병태(임시완 분)가 새로 전학한 부여 농업고교에서 유명한 싸움꾼 '아산 백호'로 오해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이 작품이 웃음을 주는 여러 방법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인물들이 쓰는 진한 충청도 사투리와 익살스러운 화법이다.
"아 구황 작물이여? 뭘 자꾸 캐물어 싸?", "오지랖이 뭐 김해평야네 그냥"처럼 웃음을 유발하는 비유적 표현을 쓰거나, 고기를 어서 먹으라고 권하면서 "다들 탄 고기를 좋아혀?" 하고 능청을 떠는 식이다.
이 감독은 "익숙했던 지역을 최대한 배제해 처음 다루는 지역을 찾아 새로운 색깔을 입혀보자는 생각이 있었다"며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충청도라는 지역에 매력을 많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 '열혈사제'를 연출할 때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음문석 배우가 출연했는데,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부연했다.
충청도 사투리를 활용한 유머는 작품에 재미를 보탰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 감독과 김재환 작가 모두 충청도 출신이 아니고 주연인 배우 임시완도 부산 출신이라 여러 노력이 필요했다.
임시완은 촬영 전 수시로 이 감독의 사무실을 찾아가 함께 대본을 읽으며 사투리를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이 감독은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사투리의 억양과 미묘한 성조를 얼마나 잘 따라하는지보다 얼마나 자신감 있게 사투리를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며 "임시완 배우와 연습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소년시대'의 다른 재미 요소는 여러 젊은 배우들에게서 나온다.
특히 주연 임시완은 종전까지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 '미생'이나 가장 최근 개봉한 영화 '1947 보스톤'에서 보여줬던 진중하고 심각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거의 매 장면에서 아낌없이 망가졌다.
이 감독은 "병태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나서 제 머릿속에 있던 이미지가 바로 임시완 배우였다"며 "제가 '병태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단 한 순간도 멋져 보이려 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는데, 정말 그대로 연기해줬다"고 칭찬했다.
그는 또 "임시완은 '저 배우가 다음 작품을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걱정될 정도로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고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특히 오랜 시간을 들여 캐스팅을 확정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특히 오래 고민한 배우로 이른바 '부여 소피 마르소'라는 별명을 가진 강선화 역할의 가수 겸 배우 강혜원(그룹 아이즈원)을 꼽았다.
이 감독은 "이 역할은 어떤 연령대나 성별이 봐도 보편적으로 예쁜 배우가 맡아야 했다"며 "감독인 저의 미적인 기준을 최대한 내려놓고 싶어서 스태프의 의견을 아주 많이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촬영된 장면을 보니까 강혜원이 정말 1980년대 소피 마르소 같은 느낌이 있어서 '캐스팅을 잘했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감독은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강혜원을 비롯해 여러 신예 배우가 출연한 것에 대해 "새로운 얼굴의 배우가 좋은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면 시청자는 더 쉽게 이야기에 이입하고 빨려 들어가게 된다"고 짚었다.
10부작인 '소년시대'는 매주 2회차씩 공개되고 있다. 이달 22일이면 마지막 두 회까지 모두 베일을 벗는다.
최근 공개된 5∼6회에서 병태는 아산 백호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주변에 밝혀져 그간 갖고 있던 모든 걸 잃고, 설상가상으로 진짜 아산 백호 정경태(이시우)의 강요에 못 이겨 친구의 돈을 빼앗으려 하는 등 아픔을 겪는다.
이 감독은 "마지막까지 보시면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병태가 어떻게 성장하고 강해지는지 지켜보시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에게 '소년시대'의 속편이 세상에 나올 수 있을지 묻자 이 감독은 "진지하게 검토해보겠다"고 대답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최초 기획할 때부터 일회성이 아니라 확장되는 세계관을 만들 것을 생각했습니다. 응원받고 사랑받으면 진지하게 검토해보겠습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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