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 중인 순찰차에 화물차 추돌…운전자 사망에 유족 반발
"급커브길에 정차해 사고 유발" 주장에 경찰 "졸음운전 추정"
(용인=연합뉴스) 강영훈 김솔 기자 = "환자가 닥터헬기로 병원에 이송될 만한 큰 사고가 났는데 가족에게 연락도 안 해주다니 이게 말이나 될 일입니까?"
지난 8월 14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옥대로(왕복 4차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40대 박모씨 유가족은 13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가족을 잃은 심경을 전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당일 용인동부경찰서 포곡파출소 경찰관들은 "차량에 기름이 떨어졌다"는 한 운전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우선 신고 차량 뒤편 100m 지점 2차로에 싼타페 순찰차를 정차했다. 이어 보험사 측의 연락을 받고 온 차량이 안전하게 신고 차량에 비상 급유를 할 수 있게 조처했다.
아울러 순찰차에 설치된 리프트로 경광등을 높이 올려 작동하고, 사이렌을 켜서 소리가 나도록 해 도로를 지나는 다른 차들에 사고 지점임을 알렸다.
그러나 신고 차량에 대한 주유가 거의 끝날 때 쯤인 오후 1시 2분께 이곳을 지나던 박씨의 다니고밴 소형 화물차가 정차 중인 순찰차를 미처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추돌하는 사고가 난 것이다.
사고는 작지 않았다. 크게 다친 박씨는 닥터헬기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긴급 이송돼 치료받았으나, 사고 6일 만인 같은 달 20일 오후 3시 58분 사망했다.
박씨 사망 후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은 사고 후 경찰이 가족들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아 직접 실종신고를 한 후에야 박씨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박씨의 아내는 사고 당일 낮부터 박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이튿날 오전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신고 1시간여 만에 경찰에서 연락이 와서 병원으로 가보니 박씨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유족은 "다른 사고도 아니고 경찰차에 의한 사고인 데다, 운전자가 사망에 이를 만한 큰 사고였는데, 가족에게 전화 한 통 주지 않았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은 사고 현장을 방문해 살펴본 결과 경찰이 신고 처리를 할 당시 안전조치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했다.
유족은 "사고 현장은 우측으로 굽어 있는 급커브길로, 풀숲이 있어서 시야가 상당히 가린다"며 "운전자 시야에서 볼 때 순찰차를 발견 후 추돌까지 단 1초도 되지 않는 지점에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이 차량을 정차해 놓은 것이 가장 큰 사고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사고 직후 닥터헬기에 탑승할 때까지 의식이 있었던 운전자가 출동한 경찰관에게 '졸음운전을 했다'고 말했다"며 "통상 의식을 잃을 정도의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가족에게 연락하지만, 박씨의 경우 소통이 가능해 별도 조처는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신고 처리를 할 당시 50여분간 많은 차량이 지나갔는데, 2차로에서 순찰차를 발견하고 1차로로 차로 변경을 했다"며 "사고 현장이 운전자 기준으로 우측으로 조금 꺾인 커브 구간이지만, 순찰차는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지점에 정차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박씨로부터 받은 진술 및 순찰차 후방 블랙박스 분석 결과를 토대로 박씨가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박씨를 형사 입건했다.
경찰이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박씨는 충돌 직전 시속 60㎞ 이상의 속력으로 차량을 몰고 있었으며, 순찰차의 약 6m 앞에서 방향을 틀었으나, 사고를 피하지는 못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순찰차에 탑승하고 있던 경찰관 2명이 2~3주간의 상해를 입었다며 박씨를 입건했다가 박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지난 10월 최종 불송치 결정했다.
유족은 경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사건은 현재 수원지검에 배당된 상태이다.
유족은 지난 12일 용인동부경찰서의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에도 재수사도 요청했다.
유족 측은 "경찰 초동 수사에 오류와 모순이 많아 철저한 수사를 부탁한 것"이라며 "경찰이 과실을 인정하고 의혹을 해소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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