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 '야간 조도'로 확인

KAIST

수출 제재(왼쪽), 수입 제재(오른쪽)에 따른 지역별 제재 취약도를 나타낸 북한 지도. KAIST 제공

인공위성으로 북한의 야간 조도를 관측한 결과 대북 제재가 가해지던 시기 북한의 제조업 생산률은 12.9%, 실질 소득률은 1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AIST는 김지희 경영대 기술경영학부 교수가 김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 박상윤 홍콩과기대 교수, 선 홍콩대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북한 제재가 북한 경제에 실질적으로 미친 영향을 북한의 야간조도를 활용해 추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경제학 저널'에 11월 게재됐다. 

북한은 2016에서 2017년 사이 여러 차례에 걸쳐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진행했다. 국제연합(UN)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이에 대응해 대북 제재를 강화했다. 연구팀은 이 시기에 대북 제재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을 추정하고자 했다. 

먼저 연구팀은 산업연구원이 구축한 북한 기업 데이터를 활용해 북한의 각 지역별 제조업종별 비중을 계산했다. 이 결과를 UN에서 제공하는 국가별 무역 거래 데이터 및 북한 제재 물품 목록과 결합했다. 이를 통해 지역별로 제재에 영향을 받는 정도를 나타내는 '제재 취약도'를 계산했다. 

이어 북한과 비슷한 경제 수준인 중국 내 특정 지방의 야간 조도와 인공위성으로 분석한 야간 조도 데이터를 분석해 대북 제재가 가해진 시기 북한의 지역별 제조업 생산량을 추정했다. 

그 결과 제재가 가해진 시기 북한의 제조업 생산은 12.9%, 실질 소득은 15.3%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에 대해 모든 수입·수출을 차단하는 가상 시나리오 모형을 분석한 결과 북한의 제조업 생산량은 4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무역제재의 영향으로 평양을 제외한 신의주, 곽산, 원산, 회령, 함흥 등 북한 5대 도시의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수입 금지 상품의 가격이 평균적으로 38% 상승했다. 평양에서 이같은 가격 상승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북한 당국이 평양 주민의 동요를 방지하기 위해 장마당 가격을 통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출 금지 상품의 경우 장마당 가격이 다소 하락하거나 큰 변화가 없었다.

연구에 참여한 김 교수는 "무역 제재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통해 정량적으로 추정하고 제재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한했다"며 "방법론을 다른 제재 국가에도 적용하여 경제적 피해를 추정해 보고 제재 국가의 경제적 대응에 관한 일반적인 분석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