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그대로 먹는 것” 태국인 불법체류 근로자들에 퍼진 이 마약

경찰, 마약 ‘야바’ 투약하고 번호판 위조한 26명 검거·4명 구속

마약을 투약, 판매한 태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압수한 태국산 마약류 '야바'. /울산경찰청

울산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3일 마약류 관리법 위반과 자동차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30대 A씨 등 태국인 26명을 붙잡아 이 중 마약을 투약, 판매한 4명은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불법체류자인 나머지 21명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중 15명은 길게는 3~4년, 짧게는 5~6개월 동안 경남 양산의 한 공단 주변 지역에서 마약류를 판매·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 구속된 4명은 태국산 마약류인 ‘야바’를 주로 취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은 태국에서 1정당 1000원에 팔리는 야바를 국내로 밀반입해 SNS 등을 통해 정당 3만~5만원에 팔아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야바는 메스암페타민 계열의 합성마약이다. 박진홍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팀장은 “야바 투약은 화학물질을 그대로 먹는 것과 같다”며 “상습 투약할 경우 심장 등이 나빠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데 야바 상습 투약으로 근로 능력을 상실한 외국인 근로자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압수된 마약 '야바'. /울산경찰청

이번에 적발된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불법체류자들로 양산의 한 공단에서 일하고 있었다. 경찰은 “불법체류자인 이들은 서로 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주거지도 일정치 않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마약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여건 아래 있다”며 “이 공단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들의 30~40%는 현재 마약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이 불법체류 외국인들로부터 압수한 차량 번호판. /울산경찰청

이들의 범행은 구속된 B씨가 지난 8월 울산에서 대포차를 운전하다가 신호를 위반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신호위반 사실이 B씨 대포차의 위조된 번호판과 같은 차량 번호의 주인에게 통보됐기 때문이다. 충남에 사는 합법적 번호판 차량의 주인이 신호위반 범칙금 통보를 받게 되자 “울산에 간 적이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면서 B씨의 차량이 위조 번호판을 단 대포차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경찰은 방범카메라(CCTV) 영상 등을 분석, 경남 양산의 한 공단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인 B씨를 특정하고 추적해 마약 투약 및 판매 범행도 확인했다.

이성기 마약범죄수사대장은 “태국 현지 경찰 등과 공조해 마약 공급처에 대해 수사를 하는 한편 불법 번호판과 대포차량의 유통 경로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