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號 SH의 2년]①"반값 아파트" 성공담 이어질까
고덕강일지구 3단지 등 사전예약 '흥행'…"장기 공급엔 한계" 지적도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몸담으며 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서울시의 주택 공기업 수장으로 취임 후 2년이 지났다. 과감한 발언으로 '부동산 정책 저격수'란 별명까지 가졌던 김 사장은 재야에서 외쳤던 주장을 얼마나 실천했을까. 또 그 성과는 시민에게 적합하고 만족하는 수준일까.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김헌동 사장이 이끄는 서울도시주택공사(SH)의 주요 정책 중 하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다. 일명 '반값 아파트'의 상징적 존재다. 김 사장은 SH 사장 취임 이전부터 터무니없이 높은 분양가로 주택사업이 진행되기 일쑤라며 반값 아파트로 서민의 주름살을 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 철학을 반영한 토지임대부 주택은 일단 절반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SH가 토지를 소유하고 건축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땅값이 집값에 들어있지 않아 분양가가 낮다. 대신 피분양자는 입주 후 매달 토지임대료를 내면 된다.
이러한 방식의 주택은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과거부터 꾸준히 논의됐고 실험적으로 공급되기도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는 2007년 경기도 군포시 부곡지구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급한 바 있다. 2009년에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업 추진을 위해 발의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토지임대부 주택이 여럿 공급됐다.
하지만 당시 반값 주택은 흥행에 실패했다. 수요가 많지 않아 미달이 속출했다. 이유는 명확한 한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토지 소유자는 따로 있기에 입주민은 상당한 임대료를 내야했고, 공급주체는 토지 가격에 따라 임대료를 계산하기 때문에 개발 후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한계가 작용했다. 또한 건물 노후화가 상당부분 진척됐을 경우 재산권이 모호해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다.
과거의 실패 사례를 모를 리 없는 김 사장은 그럼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반값 아파트는 공기업에서 충분히 공급할 수 있고 주변 아파트 시세를 낮춰 주택 가격 안정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2011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 운동본부장으로 활동한 김 사장은 "건축비 거품을 제거한다면 서초뿐 아니라 경기권 지역에서의 반값공급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2020년 11월에는 SH공사가 위례 신도시 등에서 '바가지 분양'을 했다고 주장하며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분양주택)를 꾸준히 공급하면 주변의 아파트값 거품도 빠져 서울 무주택서민의 주거불안도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의 오랜 신념을 담은 SH공사의 반값주택은 흥행 중이다. 지난 6월 착공한 고덕강일지구 3단지는 사전예약에서 평균 경쟁률 40대 1을 기록했고 6월 2차 사전예약에서는 18대1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진행한 마곡지구 10-2단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전예약도 1만8000여명이 몰리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SH 반값주택의 인기를 견인한 배경은 저렴한 분양가다. 이전에 공급된 반값주택과 동일한 구조임에도 최근 분양가가 급등하는 추세라는 점이 작용한 것이란 평가가 많다. 갈수록 높아가는 분양가를 감당하기 힘든 서민들이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974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4만원 높아졌다. 전용면적 59㎡로 계산하면 5억7400만원이다.
SH가 공급한 반값 주택은 전용 59㎡ 기준 분양가 3~4억원 수준이다.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치 대비 최저 70%에 해당한다. 마곡지구 10-2단지는 보증금을 최대로 전환할 경우 분양가 4억1500만원, 토지임대료 34만8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값 주택'이라는 이름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SH공사가 민간아파트의 분양가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인기에 힘입어 SH는 이달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위한 공공분양주택(뉴홈) 중 한 곳인 마곡 택시차고지 210가구 사전청약을 진행한다. 또한 강남권 첫 뉴홈 단지인 서초구 성뒤마을 부지도 분양 예정이지만 인허가 절차가 끝나지 않아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반값 아파트가 장기적으로 공급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공사의 재정상황을 감안해야 하고, 원자재 값은 오르는 상황에서 주택시장이 침체국면에 접어들어 장기화할 경우 '반값'이라는 명제가 성립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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