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리뷰]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노량' 10년 대서사, 여한 없는 피날레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10년의 대서사가 마침내 끝이 났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라는 유언을 남긴 성웅 이순신의 마지막은 온전히 쏟아낸, 여한 없는 완벽한 피날레로 관객과 뭉클한 작별을 고했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던 이순신의 집념이 응축된 웅장한 대미다.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 김한민 감독, 빅스톤픽쳐스 제작). 지난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노량'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2014년 7월 30일 개봉해 무려 1761만명 동원이라는 국내 역대 박스오피스 대기록을 수립한 '명량'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마지막 작품인 '노량'은 1598년 11월 19일 노량 앞바다에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과 벌인 마지막 해전으로 알려진 노량해전을 다뤘다. 퇴각하는 왜군을 노량에서 요격하던 중 관음포에서 총탄에 맞아 전사한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으로 "戰方急 愼勿言我死(전방급 신물언아사, 싸움이 급하다. 단 한 명의 조선 수군도 동요되어서는 아니 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라는 유언을 남긴 최후의 해전이다.
'명량' '한산: 용의 출현'(22, 이하 '한산') '노량'으로 이어진 약 10년간의 대장정은 한 마디로 '역대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김한민 감독의 모든 것을 쏟아낸 '노량'은 가장 큰 규모와 확장된 스토리, 다채로운 캐릭터가 집대성된 종합선물세트 그 자체로 위용을 드러냈다.
일단 확장된 스토리부터 눈길을 끈다. 왜군 수장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작스레 사망한 뒤 힘을 잃고 흔들리는 왜군들과 이에 물러섬이 없는 조선, 그리고 조선의 연합군으로 참전한 명나라까지 가세하면서 삼각구도로 오프닝을 열었다. 조명연합 함대로 최후의 왜군까지 섬멸하려는 이순신과 달리 승전보를 일찍 터트린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이 팽팽하게 맞서는 이야기로 '노량'의 서사가 차곡차곡 쌓이며 보는 이들의 분노를 최대치로 끓어올린다.
하지만 분노는 이후 펼쳐지는 엄청난 규모의 해전신으로 시원하게 해소된다. 조선, 왜 그리고 명나라까지 합류해 약 1000여 척이 싸운 동아시아 최대 해상 전투로 손꼽히는 노량해전인 만큼 '명량' '한산'을 뛰어넘는 총공세 규모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임진왜란 7년간의 전쟁 중 유일한 야간전이였던 노량해전. 폭풍전야와 같은 어두운 바다를 뚫고 화끈하게 터지는 이순신의 전술에 감탄이 쏟아진다. 425년 전 그날의 현장으로 관객을 오롯이 빠져들게 만든 김한민 감독과 제작진의 피땀눈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물론 러닝타임 역시 역대급이다. '명량'이 128분, '한산'이 129분으로 이야기의 여운을 남겼다면 '노량'은 153분, 2시간 33분으로 구성됐다. 특히 153분 중 해전 신만 무려 100분, 1시간 40분을 할애한 '노량'은 왜군을 섬멸하려는 이순신의 치열하고 집요했던 해전을 빠짐없이 쏟아내 이순신의 마지막 서사를 완벽히 매듭지었다.
캐릭터들도 진화했다. 53년 차 공력으로 빚어낸 강렬한 카리스마의 왜군 최고 지휘관 시마즈를 연기한 백윤식은 등장부터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아우라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도 마다하지 않는 잔혹함과 실전을 통해 다져진 노련한 지략, 여기에 끓어오르는 야욕까지 드러내며 끝판왕 빌런으로 '노량'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수세에 몰린 왜군 선봉장 고니시 역의 이무생, 고시니의 오른팔이자 책사 아리마 역의 이규형, 살마군 시마즈의 심복 모리아츠 역의 박명훈이 대표적인 '노량'의 빌런으로 등판한다. 이 중 이규형은 명나라와 왜군 진영을 오가는 책사로 활약, 마지막 강렬한 한방까지 관객의 눈길을 확실히 끈다.
명나라를 대표하는 수군 도독 진린으로 등판한 정재영도 인상적이다. 전쟁의 끝이 눈앞에 보이는 데도 진정한 항복을 끌어내고, 전쟁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정의하려는 이순신(김윤석)과 부딪히며 갈등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끝까지 이순신을 노야(老爺, 존경을 받는 나이 든 남성)라 칭하며 장수로서 존경을 드러내는 캐릭터로 '노량'을 이끈다. 여기에 존재만으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자아내는 허준호도 명나라 수군 부도독 등자룡으로 작지만 큰 아우라로 일당백 역할을 톡톡히 한다.
'노량'의 중심 이순신 역할의 김윤석은 앞선 이순신과 결이 다른 카리스마로 영화 전반을 장악한다. 1대 '용장(勇將)' 이순신 최민식, 2대 '지장(智將)' 이순신 박해일에 이어 3대 '현장(賢將)' 이순신으로 대미를 장식한 김윤석은 장수로서의 이순신뿐만 아니라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는 부성애까지 전하며 가장 인간적인 이순신의 모습으로 마지막을 함께했다. 기나긴 전쟁 속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수많은 동료를 잃고도 백성과 나라를 지켜야만 했던 장군 이순신의 고뇌가 가장 깊고 진하게 담긴 김윤석의 이순신이었다.
'명량' '한산'을 거쳐 '노량'으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는 이렇게 끝이 났다. 비단 '명량'에서 쏟아부은 신파를 '한산'으로 과감히 덜어냈다가 다시 피날레인 '노량'에 가미하며 관객의 울컥하는 마음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 했던 김한민 감독의 의도된 연출 포인트가 몇몇 장면 엿보이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충분한 명분이 있는 묵직한 울림이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라는 이순신의 유지와 멈추지 않는 북소리가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큰 파동을 자아내며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에 이어 2023년 극장가 마지막 흥행을 예고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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