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본 털어낸 박정부 다이소 회장, 세 마리 토끼 잡았다
日 경영 참여 원천 차단 가능
매출 3조 육박, 배당 확대 요구 부담 벗어나
균일가 생활용품점 아성다이소의 최대주주인 아성HMP가 2대 주주인 일본 기업 다이소산교(대창산업)가 보유한 지분을 5000억원을 들여 전량 매입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다이소는 창사 이래 꾸준하게 따라다니던 ‘일본 자본’ 논란을 벗어던지게 됐다.
아성다이소 지분 구조는 박정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아성HMP가 50.02%, 다이소산교가 34.21%를 보유하고 그 외 박 회장의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었다. 이제 아성HMP가 다이소산교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84.21%를 보유하게 된다.
아성다이소는 창업자 박정부 회장이 1992년 설립한 아성산업이 전신이다. 박 회장은 1997년 아스코이븐프라자 1호점을 열며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001년 일본에서 100엔샵 다이소를 운영해 온 다이소산교로부터 약 4억엔(38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다이소산교의 이름을 따와 회사 이름을 다이소로 바꿨다.
당시 다이소산교는 아성다이소에서 상품을 독점 공급받기 위해 지분을 투자했다. 아성다이소는 독점 납품 계약이 파기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다이소산교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했다.
아성다이소는 고(高)물가 상황에서 1000원, 2000원, 3000원짜리 저렴한 제품을 팔면서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지난해 매출 2조9458억원, 영업이익 2393억원을 기록했고 전국에 15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번 일본 지분 매입에 따라 아성다이소가 누릴 수 있는 효과는 크게 세가지다.
① 日 다이소산교 경영 간섭에서 벗어나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2명, 감사 1명을 일본 다이소산교 인사로 선임했다. 그동안 지분 투자 이외 인적 교류나 공동 경영 관계를 맺지 않아 왔던 2대 주주인 다이소산교가 지분 권한을 주장하며 경영 참여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 기업 불매 운동이 벌어질 때마다, 아성다이소는 다이소산교와의 거리를 강조했다. 다이소산교가 투자만 했을 뿐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 다이소산교에 따로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일본계 기업’이라는 공격을 방어해 왔다.
2대 주주의 경영 참여는 주식회사에서 부당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성다이소가 처한 특수 상황 탓에 다이소산교의 경영 참여가 이어졌다면, 회사에 치명타가 될 수 있었다. 이번 지분 정리로 다이소산교의 아성다이소 경영 참여가 원천 차단됐다는 분석이다.
② 매출 3조 육박, 다이소산교에 배당금 안 줘도 돼
아성다이소의 사업 매출은 2014년 1조원 수준이었지만, 2019년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은 3조원에 육박했다. 올해는 3조원을 넘길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 ‘품절 대란’을 일으킨 리들샷 등을 비롯해 뷰티 제품까지 인기를 얻으면서 생필품에서 화장품까지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가성비 위주의 전략이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아성다이소의 사업이 순항하면서 다이소산교는 배당금 확대를 요구해왔다. 그간 아성다이소는 다이소산교에 지분에 따른 배당금을 2014년부터 3차례에 걸쳐 약 150억원을 지급했다.
최근 아성다이소의 매출 확대 등을 고려했을 때 배당금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이소산교 측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배당금 규모를 늘릴 경우, 지출 부담이 커져 아성다이소의 수익 구조도 악화될 우려가 있었다.
③ 불매 운동 등 한·일 관계로 인한 리스크 해소
아성다이소는 2019년 일본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이 확산됐을 당시, 일본 측 지분 투자와 다이소라는 브랜드 이름 때문에 일본계 기업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다이소산교가 일본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활용품점 이름도 ‘다이소’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름을 가진 생활용품점이 일본 전역에 매장을 갖고 있어, ‘한국에 있는 다이소가 일본에 있는 그 다이소냐’는 혼란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있었다.
당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욱일기 문양을 아직도 사용중인 일본 다이소를 불매해야 한다”라고 했는데, 한국 다이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또 지난 2019년 불매 운동이 아주 거셌을 때는 일본이 ‘투자’만 하고 국내 경영진이 독자 운영한다는 해명도 통하지 않았다. 어찌됐든 일본 회사가 2대 주주로 있기 때문에, 언제든 배당금 명목으로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이 일본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이번 지분 매입 결정은 이 같은 잡음을 정리하는 기회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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