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절반이 민원인 대응 “참아서 해결한다”
신체·심리적 병 발현돼도 10명 중 6명 무조치
국가공무원의 감정노동이 ‘위험’ 수준이라는 첫 실태조사가 나왔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9월 공무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감정노동에 대한 첫 실태조사를 한 결과 각 진단 영역에서 공무원들의 감정노동 수준이 ‘위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1만98명을 대상으로 공무원인사관리시스템(e사람) 등을 활용해 진행됐다.
외부관계자 응대과정에서 감정 조절에 필요한 노력 정도를 진단하는 ‘감정 규제’ 영역에서 여성 공무원은 정상 범위를 나타냈지만, 남성 공무원의 경우 6.4점으로 위험 수준인 것으로 진단됐다. 외부관계자와의 갈등이나 재량권 부재로 감정이나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감정 부조화’의 경우 남성과 여성 모두 위험 수준이었다.
감정 노동에 대한 조직 내 분위기나 지지체계도 열악한 것으로 진단됐다. 남성과 여성 모두 조직 내에서 외부인 응대를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인사고과나 평가에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응대 과정에서 문제 발생 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감정노동의 원인으로는 ‘장시간 응대’, ‘무리한 요구로 인한 업무 방해’가 31.7%로 가장 많았고, 이어 폭언·협박(29.3%), 보복성 행정제보·신고(20.5%)가 뒤를 이었다. 이는 직무스트레스 증가 및 자존감 하락(33.5%)이나 업무 몰입·효율성 저해(27.1%) 등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들은 감정노동 대응 방법으로 외부 지원을 받아 해결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참아서 해결(46.2%)하거나 조직 내 구성원의 도움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았다. 특히 감정노동이 신체·심리적 질병으로 발현되는 경우 대부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어(61.1%) 건강관리에 취약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처는 민원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관계기관과 협업해 심리적 고위험군에 대한 치료 지원, 기관 차원의 법적보호 강화, 건강 검진비 지원 확대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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