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몰랐다?" 기형적 도급 부추긴 해운대구…일감 챙겨주기 비판도
해운대구청 "협력 관계는 알았지만 하도급 계약 몰랐다"
도급 업체·어촌계 "구청이 몰랐을 수 없다…하도급 계약 같이 논의해"
어촌계 일감 몰아주기 위해 기형적 구조 알고도 묵인한 셈
해운대구청 "어촌계 배제하고 사업 진행하기 어렵다" 사실상 문제 인정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해파리 차단 그물망 설치 사업이 수년 동안 기형적인 다단계 도급 구조로 진행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12.6 CBS노컷뉴스='하청에 재하청' 기형적 구조의 해운대 해파리 그물망 사업] 발주처인 해운대구청이 이같은 구조를 사실상 부추기며 오히려 '어촌계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반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CBS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해운대구청은 지난 9월 한 지역 어촌계 관계자로부터 해파리 그물망 설치 사업과 관련해 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했다.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한 그물망을 태풍 상륙에 대비해 한 차례 철거했다가 재설치했는데, 작업을 의뢰한 업체가 이 비용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어촌계는 업체는 물론 발주처인 해운대구청에도 책임이 있다며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해운대구청은 어촌계가 이런 민원을 제기하기 전까지 해당 사업의 하도급 계약을 몰랐다고 강조해 왔다. 선박과 어업권을 가진 어촌계가 일종의 협력 관계에 있다는 정도는 추정할 수 있었지만 원청 업체가 하청에, 재하청을 반복하며 2차례나 하도급 계약을 맺은 사실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해운대구청이 이미 오래 전부터 이처럼 복잡한 도급 관계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오히려 기형적인 하도급 계약을 부추겼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원청 업체로부터 그물망 제작과 설치 등 작업 전반을 하청받은 뒤 어촌계와 다시 하도급 계약을 맺은 A사는 사업 진행 초기인 지난 6월 해운대구청 담당자와 어촌계를 찾아가 작업 범위, 공사 금액 등을 함께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구청 담당자는 그물망 해상 설치 부분은 어촌계에 맡기는 등 함께 작업하라는 권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사 관계자는 "구청의 권유로 어촌계와 작업을 하기로 했다"며 "이후 어촌계에서 요구하는 계약금액이 계속 커져 구청 관계자에게 이를 토로했지만 '서로 원만히 해결하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차단망 설치 당사자인 어촌계 역시 매년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작업을 맡았기 때문에 구청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해운대지역 어촌계 관계자는 "사업을 따낸 업체가 직접 장비를 빌리고 인력을 써서 그물망을 설치하면 비용이 크게 늘기 때문에 매년 어촌계가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매년 도급 계약서도 써왔기 때문에 구청이 이를 몰랐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특히 어촌계가 구청과 직접 용역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자격이 없기 때문에 수년 동안 이면 계약을 맺었고, 구청이 이를 눈감았다는 주장이 어촌계 내부에서도 나왔다. 심지어 A사와 어촌계의 하도급 계약 현장에 해운대구청 관계자가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다른 어촌계 관계자는 "올해도 구청 담당자와 업체 관계자를 만나 사업 금액을 논의하고 계약을 진행했다"며 "사업 자체가 어촌계 협조 없이 진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어촌계는 면허나 사업자 등록이 없어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보니 이런 식으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해운대구청이 2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인 사업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정한 자격과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업체나 어촌계가 이면계약을 맺고 실제 설치 작업에 투입되는 상황을 부추긴 셈이다.
특히 단순히 발주 사업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넘어 구청 승인 등 정식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하도급 계약 등을 사실상 묵인했고, 그 결과 예산 낭비와 안전 관리 공백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청은 어촌계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진행하기 어려운 사업이지만 직접적으로 계약 관계에 관여한 적은 없다며 사실상 이같은 문제를 인정했다. 다만 사업이 이미 마무리된 만큼 업체에 뒤늦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해파리 차단망을 설치할 경우 지역 어촌계 어망이 설치된 자리와 겹쳐 어업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어업권 보장 등을 주장하는 어촌계를 사업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웠다"며 "어촌계도 여름철 일거리가 없다 보니 사업 참여를 강하게 주장해왔다. 올해도 참여한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박 대여 등 협조 관계라고만 생각했고 도급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재차 주장하며 "이미 사업이 끝났고 용역 결과물 등을 볼 때도 사업이 계약 내용과 다르게 진행됐다고 보기에는 난감한 부분이 있어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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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민 기자 m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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