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인명피해 없도록 ’예비경보’ 신설, 집에 마을방송 스피커 보급
올 여름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 수 있는 ‘예비경보’를 신설한다. 산사태가 발생하는 지역에는 고령층이 많이 사는 점을 고려해 위기 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할 수 있도록 각 집에 마을방송이 들리는 스피커를 보급한다.
행정안전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토사재해 원인 분석 및 인명피해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7월 집중호우로 산사태 등 토사재해가 이어지면서 경북 21명, 충남 3명, 세종 1명, 충북에서 1명이 숨지는 등 모두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실종 2명, 부상 16명, 이재민 56가구·94명 등 막대한 피해가 났다. 이후 정부는 민관 합동 조사반을 꾸려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조사반은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데 대해 ▲현재 산사태 예·경보 체계에서는 경보 발령 후 대피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주민대피 명령에 강제성이 없다 ▲’산사태 취약지역’이 산지 중심으로 지정된다 ▲부처 간 사면정보 공유체계가 미흡하다 ▲미등록 급경사지와 같은 관리 사각지대가 있다 등의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대책으로 산사태 예·경보와 주민대피 체계를 보완한다. 현재 ‘주의보→경보’ 2단계인 예·경보 체계를 ‘주의보→예비경보→경보’ 3단계로 바꾼다. 토양함수지수가 80%면 주의보, 100%면 경보다. 이 사이에 90%인 예비경보를 추가하는 것이다. 토양함수지수 100%면 토양이 더 이상 물을 머금지 못하는 포화 상태다. 예비경보를 도입하면 주민이 대피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규모 피해 예방을 위해 산림청장이 직접 지자체장에게 대피를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산림청의 산사태 예보 발령 때에는 지자체장이 상황판단 회의를 의무적으로 열어 주민대피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
고령층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 한밤 중에 산사태가 많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산사태 위험지역 인근 가구에 ‘가정 내 마을방송 스피커’ 보급을 확대한다. 재난문자와 일반적인 마을방송으로는 상황 전파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 지리에 익숙한 이·통장, 새마을지도자, 임업인 등으로 구성된 ‘산림재난자율감시단’을 신설해 대피 시 조력자 역할을 하도록 했다. 산사태 대피소 지정·운영기준 마련,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매년 5~6월 대피훈련 실시, 비상연락망 사전 구축 등에도 나선다. 복개된 하천 주변 주민을 대피훈련 대상으로 우선 포함한다.
‘산사태 위험지도’를 재구축해 산사태 예측 정확성을 높인다. 기존 산사태 위험지도는 산사태 발생 확률을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여기에 강우량과 산사태 발생지 및 피해영향 구역까지 반영한다. 읍면동 단위로 예측하던 것을 인근 유역과 ‘리’ 단위까지 확대한다. 산림청 예·경보에 활용하는 ‘산악기상관측망’은 지난해 기준 464곳에서 2027년 620곳으로 확대해 촘촘하게 피해 예측을 한다.
산사태 취약지역은 산림 연접지까지 확대한다.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산사태 예방사업 사업비 중 70%(기존 51%)를 산사태 취약지역의 사방댐, 배수시설, 방호시설 설치 등에 우선 투입한다. 전국 급경사지 실태 조사를 해 피해 발생 가능성이 큰 곳을 관리 대상에 포함한다. ‘도로비탈면 종합관리계획’도 수립한다. 각 기관이 보유한 산지·급경사지·도로 비탈면 등 ‘사면정보’를 통합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토사재해 원인 조사반장을 맡은 이승호 상지대 교수는 “기후변화로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양상으로 인해 산사태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이번 대책이 현장에서 실행되고 안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20개 개선 과제 중 법령 제·개정이 필요 없는 과제는 가급적 내년 우기 전까지 완료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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