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맹도 예외 없다’… 러에 불법수출 혐의 한국인 첫 제재

김남석 기자 2023. 12. 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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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가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기업에 반도체 기술을 제공한 한국 국적자 이동진(61) 씨를 한국인으로는 사상 최초로 제재 명단에 포함했다.

이 씨는 미국이 지난 7월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러시아기업 AK 마이크로텍의 핵심 조달 대리인으로 활동하며 한국과 미국, 일본 기업의 반도체 장비·기술 확보를 시도한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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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기술 이전 혐의… 자산 동결
정부도 ‘위반’ 사전 인지… 미국과 공조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김유진 기자

미국 재무부가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기업에 반도체 기술을 제공한 한국 국적자 이동진(61) 씨를 한국인으로는 사상 최초로 제재 명단에 포함했다. 미 정부가 한국인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한 것은 우크라이나전쟁이 2년 10개월째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제재 위반에는 동맹국 국민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러시아 무기 조달에 관여한 150여 개 기관·개인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목록에 추가했으며 한국 국적의 이 씨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씨는 미국이 지난 7월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러시아기업 AK 마이크로텍의 핵심 조달 대리인으로 활동하며 한국과 미국, 일본 기업의 반도체 장비·기술 확보를 시도한 혐의다. OFAC의 제재 명단에는 그동안 한국에 사무실을 둔 이란 기업과 한국에 거주하는 튀르키예 국적자 등이 포함된 적은 있지만 한국 국적의 기관·개인이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이 씨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 기업·개인이 이 씨와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특히 미국 금융망을 이용하는 해외은행도 이 씨와 거래할 수 없어 향후 국내 대형은행 계좌는 물론 미 신용카드사가 발급한 신용카드 등도 사용할 수 없다.

한국 정부 및 관계 당국은 이번에 제재 명단에 오른 이 씨의 대러 불법 우회수출 혐의 등을 사전 인지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이 씨에 대한 제재 부과 계획을 사전에 공유받는 등 한·미 간 공조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전쟁 직후부터 대러 수출통제·금융제재를 도입하고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역할을 다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기존 대러 제재의 이행 노력을 강화하면서 한·미 간 공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법상 한국이 아닌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이 된 개인과 국내 금융기관 간 거래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개인이 국내 금융기관에서 외환거래를 시도할 경우 승인이 이뤄지지 않는 등 해당 금융기관의 자체 판단에 따른 조처가 뒤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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