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건 끊겠다”...MZ 조폭, 연이율 1500% 요구하며 상인 협박
경찰이 불법대부업과 불법채권추심을 일삼고, 병원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린 ‘MZ조폭’을 붙잡아 모두 구속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최근 서울 서남권에서 서민들을 상대로 불법대부업과 불법채권추심을 일삼는 이른바 ‘MZ조폭’ 조직원 4명을 붙잡아 검찰에 넘겼다. ‘MZ조폭’은 한 조폭 집단에 소속돼 활동하기보다 20~30대 또래끼리 이해관계에 따라 모여, 보이스피싱, 리딩방 사기 등 각종 범죄 정보를 공유하고 불법에 가담하는 조직을 이른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경찰에 검거된 MZ조폭수는 2020년 1992명에서 2021년 2188명이 돼 급증한 뒤로 지난해 2177명, 올해 8월 기준 1514명을 검거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찰은 서울 서남부권에서 ‘MZ조폭’들이 서민들 상대로 불법대부업, 불법채권추심을 일삼는다는 첩보를 지난 7월말 입수하고 수사 착수에 나섰다. 수사 전 피해자에게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해 보복 대비 조치를 취했다.
경찰 수사 결과, 피의자 2명은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피해자를 상대로 불법 대부업, 미상환 시 협박 등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홀덤펍을 운영하는 피해자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자 주 30% 이자율에 300~500만 원을 빌려주고 상환하도록 했다. 연이율로 따지면 1500%에 이른다. 피해자는 오래 전부터 한 동네에서 알고 지낸 조직원 A씨를 통해 이같이 돈을 빌리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피해자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자 “여자친구를 찾아가 섬에 팔겠다” “감옥에 가봤자 금방 나오고, 후배 시켜서 반드시 아킬레스건을 끊어 버리겠다” 등 협박도 일삼았다고 한다. 또 피해자의 부모님을 수차례 찾아가 피해자의 위치를 묻는 위협도 했다. 이들을 피해 여자친구의 집에서 지내던 피해자를 기다렸다가 붙잡아 인근 커피숍에서 돈을 갚으라며 2시간 동안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피해자는 이에 극심한 공포를 느껴 지난 4월 말 한강 다리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입원을 권유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진 피해자는 현재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다른 조직원 2명은 올해 3월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난동을 피웠다. 조직원 B씨는 조직원 C씨와 음주 후, 만취 상태로 자기 머리를 술병으로 내리쳐 응급실에 실려갔다. 의료진은 B씨를 응급처치하고 치료했으나, B씨는 “치료가 제대로 안 됐다”며 C씨와 함께 옷을 찢고 문신을 드러낸 채 병원을 활보했다. 이 과정에서 응급실 자동문을 밀어 부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이들은 돌연 지난 10월 잠적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지인들을 찾아가 소액을 갈취해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경찰은 추적 끝에 지난달 22일부터 피의자들을 검거하기 시작했다. B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구치소에 수감된 조직원이 B씨에게 보낸 편지도 발견·압수했는데, 편지에는 ‘민간인 000들이랑 노 겸상해야되 어디서 하등생물인 민간인 따위가 건달이랑 겸상을 하냐ㅋㅋ’ ‘진화 자체가 덜 된 민간인들은 광주화운동 전두환때 처럼 다 학살해서 떼로 죽여놔야지’라고 적혀 있었다. 또 일본 야쿠자에 대해 숭배하는 듯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경찰은 13일 피의자 전원에 대한 송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는 폭력행위처벌법에 따른 공동협박·공갈·감금,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각종 폭력·금융 범죄를 근절하고, 조폭과 연계된 모든 범죄에 대해서 엄중 대응하겠다”면서 “보복이 두려워 피해신고를 꺼리는 범죄자들에게 보호조치를 약속한다.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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