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수용자들 뮤지컬 11년째… “잊지 못할 반성의 시간 될 것”

장재선 기자 2023. 12. 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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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자주 대화를 나눠본 사람들은 안다.

40년 넘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을 하는 것, 김천소년교도소에서 11년째 뮤지컬공연을 이끈 것 등은 그런 소망 때문이다.

그가 소년수용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지난 2000년부터이다.

팔순을 넘긴 그가 서울에서 김천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이틀을 머무르며 소년 수용자들의 무대를 이끄는 것은 그런 소명 의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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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소년교도소서 ‘잃어버린…’올린 최불암 ‘제로캠프’이사장
“예술이 교도소 소년 선도 도움”
DJ전화에 감동받아 관심 계기
“아이들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대사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아
객석·무대 울음바다…하나돼
타인 입장 대인관계 숙고 시간”
지난 7일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수용자들이 뮤지컬 무대를 펼치고 있다. 초상권을 지켜주기 위해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제로캠프 제공

그와 자주 대화를 나눠본 사람들은 안다. 그가 후세대의 행복을 얼마나 소망하는지를. 40년 넘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을 하는 것, 김천소년교도소에서 11년째 뮤지컬공연을 이끈 것 등은 그런 소망 때문이다. ‘국민 아버지’로 불리는 최불암(사진) 배우 이야기이다.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제로캠프’는 지난 6, 7일 김천소년교도소에서 뮤지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공연했다. 소년수용자들이 출연한 이 무대를 마친 후,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대사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더라”고 자랑했다.

이번 뮤지컬은 그가 예술감독을 맡고 연극전문가들(손영민, 김대원, 최혜수, 추미정, 김기태 등)이 참여해 소년수용자들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범죄 피해자의 고통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 앞에서 용서와 반성의 의미를 묻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대구, 김천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보러 와 주셨는데, 객석과 무대가 울음바다로 하나가 됐어요. 아이들의 어머니도, 아버지도 울었지요.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반성의 시간이 됐을 거예요.”

그가 소년수용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지난 2000년부터이다. 연극연출가 정일성 씨가 천안소년교도소에서 올린 연극 무대에 참여했는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연극 등 예술 활동이 교도소 소년들을 선도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큰 감동을 받았지요.”

그는 2012년 당시 천주교사회교정사목위원회의 김성은 신부가 “어느 독지가께서 김천소년교도소에 써 달라며 기부금을 보내왔다”며 그를 찾았던 것을 되돌아봤다. 그 해에 법무부 교정본부와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로캠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그가 위원장을 맡았다. 위원회는 2013년부터 매해 김천소년교도소 수용자를 대상으로 상담과 인성·금융 교육을 진행해왔고 예술 교육 차원에서 뮤지컬 무대도 올렸다. 그는 2016년엔 사재를 출연해 제로캠프를 사단법인으로 만들고 취약계층 청소년·아동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왔다.

“2012년 첫해에 김 신부께서 10년 후에도 계속하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벌써 11년째 무대를 올렸어요.” 그는 이 대목에서 특유의 파~하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들이 무대를 통해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대인 관계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거지요. 아이들의 부모 중엔 그 시간에 입시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예술 경험은 아이들이 삶의 모순을 들여다보고 자기를 추스르며 가치관을 다시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돈을 많이 갖는 게 행복의 조건이 된 세상이 안타깝다고 했다. 물질 소유, 세속적 성공을 따지지 않고 서로 나누고 배려하는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한국인의 가치관이 되기를 바란다. 현실은 자신의 소망과 멀어져 있음을 절감한다. 그렇기에 뒷세대에게 바른 정신을 심어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욱 크다고 했다. 팔순을 넘긴 그가 서울에서 김천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이틀을 머무르며 소년 수용자들의 무대를 이끄는 것은 그런 소명 의식 때문이다.

삶의 바람직한 철학과 도덕을 논하는 그에게 “국민 아버지가 너무 진지한 이야기만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지적이 있다”고 하자, 그는 또 파~ 하는 웃음을 터트렸다. “재미만 있으면 되는 세상이니 방송도 오락에만 치중하는데, 한국인이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도 있었으면 해요.”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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