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시저 일방적 공연 취소, 라이브네이션 독과점 폐해인가 [ST포커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캐나다 출신 R&B 싱어송라이터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가 내한 공연 당일 3시간 전, 특별한 사유 없이 갑작스럽게 공연을 취소하며 비난의 중심에 섰다. 별다른 보상 대책 없는 일방적 취소 사태가 벌어지며 공연을 주최한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도 도마에 올랐다. 라이브네이션의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선 다니엘 시저의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공연 시작 3시간 전, 관객들의 입장까진 불과 2시간을 앞두고 공연이 돌연 취소됐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측은 SNS를 통해 "예기치 못한 상황의 전개로 인해 12일 2회차 공연이 취소됐다. 기다렸을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다. 양해 부탁한다"며 "기존 티켓 구매자 분들은 취소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티켓은 전액 환불된다지만 수많은 팬들이 이미 공연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던 터라, 설명 없는 당일 취소를 두고 관객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특히나 공연을 보기 위해 타 지역이나, 심지어 해외에서 온 팬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며, 교통비와 숙소값 등은 어떻게 보상할 거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수료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소비자가 공연 티켓을 취소할 경우, 날짜를 따져가며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는 데 반해, 주최 측에서 당일 갑자기 취소하면서도 전액 환불로 퉁치려는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갑작스러운 공연 취소 이후 다음 날인 13일에도 명확한 취소 사유는 설명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보상 방안 역시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무책임한 일련의 과정이 이어지며 라이브네이션을 둘러싼 비난 여론이 폭주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대형 기업인 탓에, 논란이 반복되더라도 유의미한 발전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8월에는 박효신의 팬미팅 장소가 라이브네이션의 실수로 공연 10일 전 부천에서 서울로 갑작스럽게 변경돼 논란이 인 바 있다.
실제 라이브네이션은 북미에서 진행되는 공연의 70% 이상을 주관하는 미국 공연기획사로, 스타디움, 아레나를 비롯해 약 300여 개의 공연장을 가지고 있다. 2010년에는 티켓팅 전문 플랫폼인 티켓마스터를 인수하며 공연산업 전 영역에서 수직계열화에 성공, 공연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2011년 라이브네이션 코리아를 설립하며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도 라이브네이션의 권력은 막강하다. 마돈나, 폴 매카트니, 브루노 마스, 콜드플레이를 비롯해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내로라 하는 국내외 스타들의 공연이 모두 라이브네이션을 통해 진행됐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슈퍼스타의 내한공연 역시 대부분 라이브네이션의 이름으로 열렸다. 국내 대형 기획사들과의 파트너십 체결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대형 공연을 독식하다시피 할 정도로 라이브네이션에 힘이 쏠리다 보니 시장의 독과점 이슈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의견도 속속 나온다. 미국에서는 이미 독과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 예매 도중, 예매 사이트였던 티켓마스터의 접속이 폭주하자 티켓마스터는 티켓 판매를 일방적으로 취소했고, 이 일로 라이브네이션의 시장 독점 문제가 불거졌다. 라이브네이션과 티켓마스터가 티켓 예매의 80%를 차지하는 독점 기업이라 독점의 폐해로 일어난 사태라는 것.
백악관은 "경쟁 없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착취"라고 비판했고, 미 의회 상원은 라이브네이션을 상대로 반독점 조사를 벌이며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청문회에서는 "라이브네이션이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푯값을 비싸게 정한다, 수수료를 높게 책정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라이브네이션은 "수수료는 공연장에 따라서 정해질 뿐"이라고 반박했으나, 경쟁 티켓 판매 업체 측에서 "라이브네이션이 각 공연장과 공연 관련 장기 계약을 맺고 티켓 판매 업체를 티켓마스터로 정하도록 압박한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라이브네이션 대표 등을 백악관으로 불러 티켓 판매 업체들이 사후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사전에 관람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올인 가격제(all-in pricing)'를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에서도 라이브네이션이 주최하는 공연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며 경쟁 없이 독주 중인 라이브네이션의 업계 지배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이 국내 공연계를 장악하며 이로 인한 산업계의 위기의식도 커지는 상황이다. 대형 기업의 시장 독점은 업계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라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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