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위성 활용해보니 北 제조업 생산 12.9%↓

KAIST, 위성 야간조도 활용..대북제재 영향 추정
평양 제외 5곳 대도시 수입금지 가격 38% 상승

북한의 핵 미사일 시험에 따른 UN 대북 경제 제재

북한 평양과 평양 이외 지역의 분기별 물가 변화 비교

인공위성이 포착한 야간 조도를 활용해 북한의 대북제재 영향을 추정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KAIST는 김지희 기술경영학부 교수 연구팀이 김규철 한국개발연구원 박사, 박상윤 홍콩과기대 교수, 창 선 홍콩대 교수 등과 공동으로 대북 제재가 북한의 지역별 제조업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을 북한 야간 조도를 통해 추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야간 조도는 단위 면적이 단위 시간에 받는 빛의 양으로, 광원의 광도에 비례하고, 광원으로부터 거리에 반비례한다. 북한은 2016∼2017년 여러 차례에 걸쳐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진행해 UN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 강도가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 시기에 대북 제재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 국내 북한 전문가들이 구축해 놓은 데이터와 북한의 인공위성 야간 조도를 활용했다.

또한 인공위성 야간 조도 데이터와 북한과 비슷한 경제 수준을 나타내는 중국 특정 지방의 GDP-야간 조도 탄력성을 사용해 2023∼2019년 북한의 지역별 제조업 생산량을 추정했다. 그 결과, 대북제재가 북한의 제조업 생산을 12.9%, 실질소득을 15.3%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북한의 모든 수입과 수출을 차단하는 극단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가상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북한의 제조업 생산량이 4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평양을 제외한 신의주, 곽산, 원산, 회령, 함흥 등 5개 대도시 장마당(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입금지 상품 가격이 평균 38% 오른 것을 확인했다. 평양에서는 급격한 가격 상승이 관찰되지 않았는데, 이는 북한 당국이 제재로 인한 장마당 가격을 통제했을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에 반해 수출금지 상품은 장마당 가격이 다소 하락하거나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희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제사회의 무역 제재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통해 정량적으로 추정하고, 제재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이런 방법론을 다른 제재 국가에도 적용해 경제적 피해를 추정해 보고, 제재 국가의 경제적 대응에 관한 분석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경제학 저널(11월호)에 실렸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