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대표 경제통' 홍성국, 여의도와 이별 선택···"싱크탱크될 것"
"몇 안 되는, 일하는 국회의원인데..."
홍성국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소식에 민주당 동료 의원실 관계자가 탄식하듯 내뱉은 말이다. 또 다른 민주당 내 한 초선 의원도 "일도 잘 하고 열심히 하는 분이었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미 금융투자업계에서 일가를 이룬데다 야권의 손꼽히는 경제통으로 여겨지던 홍 의원의 총선 불출마 소식에 당 내에서 안타깝단 반응이 이어졌다.
홍 의원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랜 고민 끝에 다가오는 제 22대 총선에 불출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지난 4년간 국회의원으로서 나름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바꿔보려 노력했다. 대전환을 경고하고 대안을 만드는 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목적이자 소임이라고 생각했다"며 "지금의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때로는 객관적인 주장마저도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받기도 했다. 이런 한계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한 저는 국회의원보다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우리나라의 미래 비전을 만드는 '미래학 연구자'로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이 회견문에서 밝혔듯 4년 간 몸담았던 국회를 떠나게 된 것은 정치권에 만연한 '제로섬 게임'에서 더 이상의 기대나 희망을 갖지 못하게 된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권은 제로섬 사회다. 내가 이기기 위해 남을 제거해야 하는 전쟁"이라며 "민간 영역에서 일했을 때는 예측이 가능하고, 또 열심히 일하면 거기에 맞는 대가와 보상을 받지만 정치권은 그 이외 다른 형태로 (일이 진행되다보니) 좀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는 '잘하기 경쟁'이 아닌 상대를 '제거하는 경쟁'이 주로 주목받는 현 정치 현실을 지적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경제 전문가로서 정부를 향해 지적들을 내놔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도 이야기했다.
홍 의원은 "일례로 최근 경제수석이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가 100%가 넘는데 80%까지 떨어뜨려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가계부채가 2000조원을 넘으니 20%를 줄이면 400조원에 달한다. 어떤 식으로 처리한다는 건지 말이 안된다"며 "이런 부분들 지적하고, 주장하고, 사회에 알리면 정부에서도 뭔가 (대응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야당이란 이유로) 전혀 딴소리를 한다"고 했다.
홍 의원은 회견문에서 지적한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자신이 속한 민주당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밝혔다.
홍 의원은 "정치는 관성적으로 과거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정치와 사회와의 간격이 너무 벌어졌다. 그러다보니 정치가 계속 우리 사회에서 비난을 받았다"며 "대전환기에 민주당도 제대로 못따라가는 게 사실이지만 보수는 완전히 유턴하고 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그렇다. 미국 정치는 한국보다 못 한 상태로 전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 홍 의원의 이번 결심이 최근 당내에서 진행되는 갈등이나 이낙연 전 민주당 신당 창당 움직임과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것을 의식한 듯 홍 의원은 "이런 생각은 3~4년 전부터 했다. 현재 (당이) 겪는 갈등과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한 달 전부터는 제게 지역구를 물려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이재명 현 대표, 당 중진들과 충분히 논의했다"며 "논의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지만 이해해 주시고 저의 뜻을 지지해 줬다"고 했다. 이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에서는 홍 의원의 총선 불출마 결심을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인재로 영입돼 세종시 갑 선거구에 당선됐다. 1988년 대우증권으로 입사해 2014년 공채 출신으로 처음으로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증권맨 신화'로도 여겨진다. 2016년 미래에셋증권 CEO를 마지막으로 증권가를 떠난 뒤 다수의 저술과 강연, 기고,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대중과 함께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했다.
홍 의원은 "인재영입으로 (국회에) 들어왔는데 준비없이 들어온 측면도 많다. 이전부터 정치를 하신 분들과 정치를 안했던 분들과 시각차도 있었다"며 "저 역시 준비가 부족했고 양당에서 앞으로 영입되는 분들은 당내에 관심을 갖고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학습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홍 의원은 남은 임기 동안 당의 총선 승리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배지를 뗀 뒤에는 1인 싱크탱크로서 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원으로서 좋은 정책을 만들어 우리 당과 사회에 제안하는 1인 싱크탱크 역할을 하려고 한다"며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국가를 위하는 더 나은 길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세종시민 그리고 당원동지 여러분, 그동안 부족한 저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다. 사명을 이어가지 못한 데 대해서는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남은 임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다가오는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까지 민주당에서 내년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현직 의원은 홍 의원을 포함해 박병석, 우상호, 오영환, 강민정, 이탄희 의원 등 총 6명이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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