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네타냐후 '가자 미래' 놓고 충돌…"이견 공개적으로 표출"(종합)
"네타냐후 국내 여론 의식…바이든은 국제사회 눈치"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가자지구 계획을 두고 충돌했다.
미국은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 중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를 다스리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스라엘은 이에 대놓고 반대했다.
이처럼 가자지구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계속될수록 가자지구에 위험한 권력 공백이 생겨 주민들이 겪는 인도주의적 재앙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그들은(이스라엘은)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안지구를 다스리는 PA가 가자지구까지 함께 통치하는 방안에 이스라엘이 반대하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뿐만 아니라 "모든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보복"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앞서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이 제시한 PA 통치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데 따른 반응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하마스 이후의 날에 대해서 (미국과)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 부분도 합의에 도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나는 내 입장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스라엘은 오슬로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언급한 오슬로 협정은 1990년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한 합의를 일컫는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자지구) 분쟁에 관해 두 정상 간의 이견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놀라운 장면"이라고 평가했고 CNN도 "최근 양국 간 계속된 갈등과 관련해 가장 솔직한 발언이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정상의 발언은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가 끝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봤다.
네타냐후 총리가 최대 우방인 미국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은 국내 정치 상황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무장 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전원을 구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인질들 가족의 분노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에후드 야리 워싱턴연구소 중동정책 연구원은 WSJ에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국내 정치적 생존을 위해 PA 통치안에 반대하는 것이다"라며 "다만 이는 내각 전체에서 공감대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오렌 전 주미국 이스라엘 대사도 "네타냐후 총리가 우파와 중도층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고안한 메시지"라며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의 국가 안보를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그동안 이스라엘에 "흔들림 없는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주변 아랍 국가들의 싸늘한 시선과 커지는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이처럼 강경하게 발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PA 통치안 외에도 다른 전후 계획에서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후 가자지구에 하마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아무도 접근할 수 있는 완충지대를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완충지대가 가자지구 내에 조성된다면 그만큼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이 줄어들기 때문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또 미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는 것에 명확히 반대한다고 밝혀왔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오직 이스라엘군만이 전후 가자지구의 비무장화를 담당할 수 있다며 점령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이처럼 양국 정상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일각에서는 가자지구에 권력공백이 생겨 지역 정세가 더 불안해지고 가자지구에 구호물품을 반입하기가 힘들어져 인도주의적 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WSJ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새로운 인질 협상이 곧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앞으로 양측이 몇 주간 휴전 협상에 나서지 않아 전쟁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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