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SML과 손잡고 TSMC 맹추격…"승부처는 2나노"

이인준 기자 2023. 12. 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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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ASML 1조원 투자…국내에 R&D센터 설립키로
삼성전자, '초미세 공정' 장비 1위 ASML와 전략적 협업
차세대 2나노 경쟁 개막…삼성 고객사 확보에 긍정적 전망
[벨트호벤=뉴시스] 조수정 기자 =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반도체장비 생산기업인 ASML 본사에서 빌럼(왼쪽 두번째)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클린룸을 시찰하며 크리스토프 푸케(왼쪽 세번째) ASML 최고사업책임자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1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1조원을 들여 국내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짓기로 합의하면서,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경쟁력 강화의 전기를 마련할 지 주목된다.

ASML은 초미세공정 분야에서 가장 독보적인 기술을 지닌 장비 업체다. 삼성전자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잡고 업계 1위로 도약하려면 3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에서 기술력 확보가 급선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ASML은 전날(현지시각)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내년부터 총 1조원을 투입해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을 연구하는 센터를 설립하고, 공동으로 운영하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ASML 본사를 찾았다. 여기에는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도 동행했다.

ASML과 삼성전자가 공동 설립하는 R&D센터는 차세대 EUV(노광장비)를 기반으로 초미세 제조 공정을 개발하는 기능을 맡는다. 노광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원판)에 회로를 새기는 장비로, 얼마나 세밀하게 그릴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다. ASML는 현재 초미세 공정 장비 분야에서 가장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 ASML과 초미세 공정 협력…추격전 가동

삼성전자가 ASML과 손 잡으면서, TSMC를 향한 삼성전자의 추격전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하는 등 초미세공정 분야에서 TSMC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보다 6개월 늦게 3나노 양산을 시작했음에도, 고객사들은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의 비율) 등 안정성 측면에서 TSMC를 택했다. 이어 차세대 2나노 공정의 경우 대만과 한국을 비롯해 미국(인텔), 일본(라피더스) 등이 개발에 뛰어 들며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TSMC와 격차를 좁히고, 후발 업체들은 따돌려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ASML가 손 잡은 것도 3나노 이하 공정에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려면 초미세 공정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ASML은 2나노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데 필요한 차세대 EUV '하이 NA(High NA)' 장비를 개발 중이다. 이 장비는 고성능 렌즈를 이용해 반도체 회로를 더욱더 세밀하게 그릴 수 있게 한다.

내년 이후 2나노 공정 개발을 위해 장비를 둘러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이번 ASML와의 전략적 연대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쏠린다.

[벨트호벤=뉴시스] 조수정 기자 =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이 배석한 가운데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반도체장비 생산기업 ASML 본사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ASML간 반도체 기업 메모리 반도체용 차세대 EU 기술협력 협약(MOU) 체결식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과 피터 베닝크 ASML 회장이 서명을 하고 있다. 2023.12.12. chocrystal@newsis.com

고객사 확보가 관건…TSMC 아성 무너뜨릴 수 있을까

관건은 삼성전자가 첨단 공정 분야에서 신규 고객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다. TSMC 고객사 수는 지난해 기준 532곳으로, 삼성전자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초미세공정 분야는 최근 기술 난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개발 비용이 대폭 상승하면서 TSMC의 시장 독점 구조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이에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파운드리 다각화를 검토 중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TSMC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간 협력 관계를 뚫고, 신규 고객을 확보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가 설립되며 사업을 본격화한 이래 고객사 수가 2.7배 이상 빠르게 늘고 있으며, 2028년에는 5배 불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가운데 이미 차세대 2나노 공정을 향한 파운드리 업체들의 고객 확보 전쟁은 막이 오른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오는 2025년 2나노 양산을 앞두고, 이미 2나노 시제품 공정 테스트 결과를 애플과 엔비디아 등 일부 대형 고객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내년 3나노 2세대 공정 양산을 앞두고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어 2025년 2나노 대량 양산을 위한 2나노 GAA 기술 개발에도 전념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세계 무역의 토대를 만들고 증권시장을 처음 개장한 네덜란드에서 가장 대표적인 혁신의 상징인 ASML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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