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책의 해’를 보내며[뉴스와 시각]

박동미 기자 2023. 12. 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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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국내 주요 서점들은 '올해의 책'을 선정해 발표한다.

현대인의 집중력 분산 문제를 지적한 '도둑맞은 집중력'(어크로스)도 각 서점 '올해의 책'에서 빠지지 않았다.

국내 저자가 쓴 과학서, 그리고 오랜만에 소설책도 한 해를 대표하는 도서로 이름을 올려 반갑다.

한 해 동안 정책적으로 펼쳐진 다양한 출판, 독서 이벤트가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는 차치하고, 연일 발표되는 '올해의 책'을 보며, 연말 독서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늘어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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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미 문화부 차장

해마다 이맘때면 국내 주요 서점들은 ‘올해의 책’을 선정해 발표한다. 판매량만을 근거로 한 베스트셀러와는 다르다. 전문가와 출판사, 서점 직원들의 추천, 그리고 독자들의 투표까지 반영한 이 목록은 시대의 흐름과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데다가, 그 자체로 ‘책 추천’이기도 해서 주목도가 높다. 올해 우리는 어떤 책을 읽었나. 한국인은 지금 무엇에 가장 관심이 있나. 그것은 내 삶과 얼마나 닿아 있나. ‘올해의 책’은 ‘나’와 ‘너’, ‘우리’를 들여다보는 작업이고, 한 해를 돌아보는 의미 있는 행위다.

올해 가장 화제가 된 책 중 하나는 ‘세이노의 가르침’(데이원)이다. 책엔 직설적인 ‘쓴소리’가 가득하다. 인터넷 인기 글이 독자들의 요청으로 출간된 사례인데, 저자가 자수성가한 인물이라는 것 외에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고, 전자책을 무료로 배포하는 파격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책의 완성도엔 의견이 분분하나, 경험이 바탕이 된 쉽고 현실적인 조언에 독자들은 열광했다.

현대인의 집중력 분산 문제를 지적한 ‘도둑맞은 집중력’(어크로스)도 각 서점 ‘올해의 책’에서 빠지지 않았다.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자기 주도적 삶에서 멀어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서다. 책은 집중력을 잃고 산만해진 우리의 삶을 개인의 실패가 아닌, 비만율 증가와 같은 현대 사회의 질병으로 진단한다. 또한, 이를 만성적인 각성 상태에 비유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국내 저자가 쓴 과학서, 그리고 오랜만에 소설책도 한 해를 대표하는 도서로 이름을 올려 반갑다. 물리학자 김상욱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바다출판사)은 원자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빅 히스토리’로, 대중 과학서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문학동네)은 문학 독자들의 건재를 알렸다.

‘우리’가, ‘지금, 여기’가 읽힌다.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하려 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려 하며, 우주에 대한 근원적인 호기심을 감출 수 없다. 그리고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존재인 우리 자신, 즉 인간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출판 시장이 위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책은 제 할 일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안심하게 된다. 사고의 훈련과 감수성의 단련, 그로 인해 성숙한 인간으로 가는 내적 성장의 체험 말이다. 그것은 책이 가장 잘하고, 또 해야만 하는 일이다. 단순히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라면, 독서가 아니라도, 아니, 독서가 아닌 것들이 더 잘하는 21세기 아닌가.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아 보이지만, 올해는 ‘4050 책의 해’였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40∼50대 시기, 독서율이 가장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문체부가 내걸었던 표어다. 한 해 동안 정책적으로 펼쳐진 다양한 출판, 독서 이벤트가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는 차치하고, 연일 발표되는 ‘올해의 책’을 보며, 연말 독서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늘어나길 바라본다.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에 한 권 이상 책을 읽는 40대는 49.9%, 50대는 35.7%였다. 즉, 중년의 절반 이상이 한 해 단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의미다. 평균, 혹은 평균 이상이 될 시간과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

박동미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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