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석이 너무 많다는 자백[김세동의 시론]

2023. 12. 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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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최근 여론조사 尹지지율 30%대
내년 총선 야당 압승 가능성 커
野 횡포보다 與 수준이 더 한심
다수 의석으로 경제 결딴내고
야당 된 뒤에도 폭주 가속화한
민주당의 압승은 나라에 재앙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대부 격인 이해찬 전 총리가 내년 4·10 총선 더불어민주당 승리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단독 과반을 넘기느냐, 지난 총선처럼 180석을 차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장담해 ‘성급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실제 그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갤럽의 지난 5∼7일 조사에서 ‘윤석열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을 찍겠다’는 의견이 35%에 그쳤지만,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을 찍겠다’는 답변은 51%로 무려 16%포인트나 높았다. 두 달 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17%포인트 차 여당 대패 구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참패 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반성과 쇄신 약속이 나왔지만, 아무런 여론 변화가 없는 것이다. 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도가 당 지지율보다도 3%포인트 떨어진 32%에 그쳤는데, 4개 여론조사 회사의 공동 전국지표조사(6일)에서도 2주 전보다 3%포인트 떨어진 32%였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대체로 윤 대통령 지지 30%대, 비판 60%대 구도가 이어진다. 대통령 중간 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여당이 이기기 힘들다는 게 수치로 거듭 확인되고 있다.

2020년 총선 때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103석에 그친 미래통합당을 압도했는데, 그런 일이 또 벌어지면 정권 불행에 그치지 않고 나라에 재앙이 된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재직 때 선거법을 제1야당을 배제하고 강행 처리하는 전례 없는 폭거를 저질렀고, 형사사법체계를 뒤흔드는 검수완박 법안을 단독 처리해 두고두고 후유증을 남겼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무리한 탈원전 정책, 시장을 무시한 부동산 대책 등으로 국가 경제를 결딴내고 나랏빚을 5년 동안 무려 400조 원이나 늘려 놨다. 문 정부 이전까지 누적된 국가부채가 600조 원 정도였는데, 문 정부 5년을 거치며 1000조 원을 넘겼다. 국가를 책임진 집권당으로서 책임감을 상실한 채 무리한 행태를 반복하다 심판받아 정권교체를 당했으면 반성하고 대대적인 노선 전환을 통해 재집권의 바탕을 다져야 했는데, 야당이 된 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폭주를 더 가속화했다.

3권분립 원칙은 내다 버리고 머릿수의 힘을 마구 휘둘러 사법부와 행정부의 권한도 침범했다. 헌정 사상 첫 판사·국무위원·검사 탄핵에 이어 최근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 탄핵소추안을 또 가결한 건 수사 방해이자 검찰에 대한 협박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도 시도하다 사퇴로 불발에 그치자 제2, 제3의 방통위원장 탄핵을 다짐할 정도로 오만하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아 여당 땐 시도조차 않았던 양곡관리법, 간호법, 방송3법, 노란봉투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게 한 건 오기에 찬 국정 방해다. 거부권 행사로 재의결에 부쳐졌다가 최종 부결된 이 법안들을 다시 통과시키겠다는 데는 할 말을 잃는다.

이미 처리 법정시한을 넘긴 656조9000억 원의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가 일할 수 없을 정도로 무차별 난도질하고 있다. 윤 대통령 공약인 공적개발원조 사업에선 무려 1조 원 가까이 줄였고, 원자력발전 분야는 1814억 원 전액 삭감했다. 정부 예산편성권까지 침해하는 국정 발목 잡기다. 반면 에너지바우처 사업, 지역 화폐, 청년 패스 등 ‘이재명 표’ 사업은 대폭 증액한 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부 추진 주요 사업을 거의 다 없앤 누더기 예산을 단독 처리하겠다고 윽박지른다. 아무리 야당이라도 최소한의 양식도 찾아볼 수 없다.

민주당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석이 많다는 자백을 하고 있지만, 내년 총선 압승이 예상되는 건 국민이 보기에 윤 대통령과 여당의 수준이 더 한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와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도 윤 대통령과 여당은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최근의 개각이나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인사를 보면 아무런 위기의식도 느껴지지 않는다. 국민의힘도 한심하기는 매한가지다. 대통령은 이대로 가면 총선 필패라는 인식이 없는 것 같고, 여당은 지도부·중진은 물론이고 초선들도 식물정권이 되든 말든 자신의 공천과 재선에만 온통 정신이 팔린 것 같다. 이렇게까지 무기력, 무능력한 여권은 역대에 없었다.

김세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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