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사민당이 또 일깨운 햇볕정책 파탄[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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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중에서 어느 쪽이 우크라이나를 더 많이 지원할까? 유럽연합(EU) 본부가 815억 달러로 미국보다 60억 달러를 더 지원하며, 세계 3위는 221억 달러를 지원한 독일이다.
독일은 지원을 망설였고, 우크라이나는 독일의 대(對)러 유화정책이 전쟁을 불러왔다며, 외교장관 시절 친러 행보를 보인 독일사민당 출신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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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중에서 어느 쪽이 우크라이나를 더 많이 지원할까? 유럽연합(EU) 본부가 815억 달러로 미국보다 60억 달러를 더 지원하며, 세계 3위는 221억 달러를 지원한 독일이다. 그런데 전쟁 초기에는 달랐다. 독일은 지원을 망설였고, 우크라이나는 독일의 대(對)러 유화정책이 전쟁을 불러왔다며, 외교장관 시절 친러 행보를 보인 독일사민당 출신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을 거절했다.
사민당이 최근 전당대회에서 외교 반성문을 썼다. ‘유럽의 평화는 러시아와 협력할 때 가능하고 러시아를 적대시하면서 얻을 수 없다’던 사민당이 ‘러시아가 내부적으로 변화할 때까지 관계 정상화는 없다’는 결의문을 채택한 것이다. 사민당의 결심을 일깨운 것은 유권자다. 이달 초 독일 정당 지지율 조사를 보면 사민당은 14%로 기민당, 독일대안당, 녹색당보다 낮은 제4당으로 추락했다. 집권 제1당이 존립을 걱정하게 된 것이다. 독일 국민은 생존을 걱정한다. 국민의 18%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우려하는데, 지난해에는 35%에 달했다.
국내 정책이 실패하면 정부가 몰락하지만, 안보 정책이 실패하면 국가가 몰락한다. 사민당은 러시아의 안보 위협을 과소평가했다는 국민의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빌리 브란트 전 총리의 신동방정책 비판에는 반대했다. 1960년대 말 소련과의 협력은 필요한 시대정신이었고, 동서 진영의 긴장 완화와 독일 통일을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사민당의 신동방정책은 기민당에 의해 계승됐고, 사민당과 기민당의 연립정부는 북해 해저 가스관 건설로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했으며 민스크 평화협정을 체결해 우크라이나 돈바스 사태를 중재했다. 전쟁 징후가 있었지만, 독일 정부는 미국과 동맹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스관 건설을 관철했다.
햇볕정책은 한국판 신동방정책이다. 햇볕정책은 퍼주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이 우리 사회의 실상을 알게 되고, 우리 국민이 평화의 가면을 쓴 북한 정권의 실체를 알게 됐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전무한 건 아니다. 독일에 비해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도 보수 정당이 햇볕정책의 유산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이어받았지만, 북한이 거듭 핵실험을 강행하자 투자 비용과 경제 이득에도 불구하고 차례차례 폐기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일은 사라졌고, 북한은 2006년 이후 3년 주기로 하던 핵실험을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두 차례 연속 실시한 뒤 6년이 넘도록 하지 못하고 있다.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로 한 통일정책은 수정된 햇볕정책이어야 한다.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되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이 목표가 돼야 한다. 2개의 코리아는 지난 70년 동안 체제경쟁을 했고, 통일이란 민족 차원에서 나은 체제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평화통일을 하려면 북한 주민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체제를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표현과 의사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북한 당국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지능적으로 북한 주민을 일깨우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과거 정책의 실패를 반성하지 않고 협력과 합의로 평화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맹신하는 낭만적 햇볕주의자는 유권자가 깨우쳐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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