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총명 유지하려면 필수 검사는?

이성주 2023. 12. 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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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ce of Academy 5-인터뷰] 최재영 대한이과학회 회장
최재영 회장은 "노인성 난청은 치매 원인이라며 청력이 떨어지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청각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세브란스병원]

"혹시 최근에 거리에서 수화하는 사람 본 적이 있나요? 서울만 해도 각 구마다 있던 농아(聾啞)학교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데, 이유를 아시나요?"

"…"

대한이과학회 최재영 회장(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은 "신생아 청각 검사의 확산과 의술의 발전으로 소리가 아예 안 들리는 전농(全聾)도 수술로 청각을 찾을 수 있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출생 시 전농인 10명 가운데 9명이 한 돌 전에 인공달팽이관(와우)수술을 받아 순조로운 언어발달과 함께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전농의 10% 정도는 전정기관이 아니라 청각신경 탓인데, 뇌간에 특수장치를 심는 수술로 소리를 선물할 수 있다는 것.

전농인 10명중 9명 제때 수술받아 정상생활

최 회장은 "문제는 제때 청각 검사를 받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이라며 "뇌가 어느 정도 형성된 뒤 수술을 받으면 환자가 소리를 들어도 언어로 해석하는 데 힘들 수 있으므로 제때 치료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과학회에 따르면 한 해 200명 안팎이 전농으로 태어나는데 180명이 제때 수술받아 정상 언어생활을 하고 있다. 이과학회는 대한청각학회와 더불어 30여 년 전부터 보건당국을 비롯한 정관계를 찾아다니고 대중 홍보를 펼치며 신생아 청력 검사의 필요성을 설파해왔고, 이처럼 농아가 격감하는 데 기여했다.

최 회장은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에서 은메달을 딴 김동현의 예를 들었다. 그는 청각장애로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 청각을 찾고 국가대표가 됐다. 최 이사장은 "김동현은 만약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출발 신호에서 불리해 대표선수는 꿈도 못 꿨을 것"이라며 "그는 지금 청각장애인을 지원하고 청각장애에 대한 대중 인식을 개선하는 운동을 펼치는 '사랑의 달팽이' 홍보대사를 맡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안 들리니까 말을 못하게 되지만 어릴 적 인공달팽이 수술을 받으면 말도, 공부도 잘 할 수 있다"며 "젖먹이 때 수술을 받고 정상적으로 성장해서 의대에 들어와 의사의 꿈을 실현해가는 제자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청각을 비롯한 귀 건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무래도 귀 건강의 핵심은 청력 아닐까? 사람마다 난청의 원인이 다르고 대처법도 다를 것 같은데….

"선천성 난청은 빨리 발견하는 것이 핵심이고, 노인성 난청은 잘 대처해 인지장애, 치매로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이염을 비롯해 수술로 고칠 수 있는 난청은 적기에 수술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난청 치료의 핵심은 청각검사를 정확히 받아서 보청기 착용 또는 이식, 인공와우 수술 등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정하는 것이다. 청각검사를 제대로 실시하려면 큰 공간에서 순음(Pure tone)을 20분 이상 유지해야 하므로 검사를 제대로 하면 손해보는 구조이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이 정확한 청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난청 치료 핵심은 청각검사 통해 적절한 치료법 찾는 것"

-선천성 난청과 달리 노인성 난청은 치료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무슨 말 하나? 그렇지 않다. 노인성 난청도 보청기와 수술 등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청력이 70% 이상 떨어지면 인공달팽이관수술을 받는데, 수술 후 자녀들이 '어머니 갑자기 똑똑해졌어요'라고 놀라곤 한다. 귀가 나쁘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사회활동을 줄이고 우울한 상태에서 뇌기능까지 처지기 십상인데 수술 뒤 인지기능까지 좋아지는 것이다. 노인성 난청은 치매의 원인이 되는데 보청기만 사용해도 예방에 크게 도움이 된다. 요즘 스마트폰 음향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 발달과 맞물려 보청기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1976년 방영된 '특수공작원 소머즈(The Bionic Woman)'처럼 지금은 보청기를 조절하면 100m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난청 환자의 보청기 착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일부 의사조차도 난청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측면이 있다. 정책적으로는 현재 청력이 60% 이상 떨어진 사람만 보청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더 필요한 사람은 청력이 40~60% 손실된 사람이다. 이들은 보청기만 껴도 정상생활을 할 수 있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최 회장은 "가벼운 난청은 보청기 기능이 포함된 이어폰을 쓰면 좋고, 그보다 청력이 나쁘면 보청기를 쓰며, 아주 심하면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면서 "생애주기 별로 정확한 청각 검사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출생 직후에는 정상 언어 생활을 위해, 초등 입학 전에는 학습능력을 위해, 50세 이후에는 치매 예방을 위해 검사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요즘에는 게임에 푹 빠진 어린이나 청소년 가운데 난청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은데 85데시벨(dB) 소리에 8시간, 90데시벨 소리에 4시간 이상 있으면 난청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고 경고했다. 이 가운데 초중생 난청 환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로 오인받았다가 나중에 난청으로 진단받곤 한다. 난청이 있으면 집중이 잘 안되므로 산만해지는데 ADHD로 의심되는 아이의 10% 정도가 난청이 원인이라는 것.

"이어폰 대신 헤드폰...청각테스트 어플 활용하라"

-이비인후과(耳鼻咽喉科)라는 이름에서도 귀(耳)가 가장 먼저인 것은 의사들도 '듣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던데….

"그렇다. 듣는 것은 감각이라는 측면뿐 아니라 지능과 인성과도 관련이 있다. '총명(聰明)하다'는 말에서도 눈으로 보는 '밝을 명' 앞에 '귀밝을 총'을 뒀다. 잘 들어서 언어능력이 발달하는 것이 지능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리더의 자질인 '경청(傾聽)'도 잘 듣는 것을 뜻하는데, 말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것은 청력이 인격과도 상관 있다는 것을 알린다. 공자가 예순 살을 가리킨 '이순(耳順)' 도 글자 뜻 그대로면 '귀가 순해진다"는 의미인데, 이처럼 잘 듣는 것은 지능, 인격 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고 성공의 토대이기도 하다."

-일반인이 귀 건강을 위해 무엇을 유의해야 하나?

"자신이 난청일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스마트폰에서는 청각 테스트 어플이 많은데 다운로드받아서 조용한 곳에서 검사해 보기를 권한다. 검사에서 난청이 의심되면 이비인후과 의사를 찾도록 한다. 세계적으로 집 주위 이비인후과를 우리나라처럼 쉽게 갈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또, 평소 음악을 들을 땐 이어폰 대신 헤드폰을 쓰는 것이 좋다. 요즘 출시되는 골전도 이어폰은 청력 소실이 적고 안전사고 예방에도 좋다. 또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1시간 사용하면 최소 5분은 귀를 쉬게 해줘야 한다."

-요즘 난청과 별개로 이명을 호소하는 이도 늘고 있다고 들었다. 이명은 치료법이 없다던데….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틀린 말이다. 이명도 치료가 가능하다. 이명 환자의 90% 이상이 난청을 동반하는데, 특정 주파수의 소리가 안 들리면 거기 해당하는 청각세포들이 소리가 없는 데도 흥분하거나 작은 소리에도 과잉흥분한다. 이럴 땐 난청을 고치면 이명이 좋아지곤 한다. 어떤 환자는 이렇게 얘기하면 '나는 난청이 없는데…'하지만 검사에서 대부분 난청이 발견된다."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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