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나도 모르게 개통된 휴대전화…반복되는 휴대전화 명의도용 막을 방법은?
내년이면 일흔인 어르신 명의로 최신 휴대전화 5대?
아이폰14프로, 갤럭시S22 울트라, 갤럭시S22 플러스, 갤럭스 폴드4···
내년이면 일흔이 되는 어르신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입니다.
이 어르신은 몇 년 전 대구 남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휴대전화에 가입했습니다.
최신형 휴대전화가 줄줄이 자신의 이름으로 개통됐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신용정보업체에서 채권 추심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까맣게 몰랐습니다.
놀란 마음을 붙잡고 개통 내역을 뽑아보니 신규 가입에 단말기 변경, 번호 이동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줄줄이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본인과 딸, 손녀, 미성년자인 손자까지 합쳐 이동통신 3사에서 개통된 휴대전화만 13대, 인터넷과 TV에도 가입이 돼 있었습니다.
명의도용 피해자 A 씨 "인터넷하고 TV에 묶었는데 그건 아예 써본 적도 없는 건데 다 인터넷이 개통해서 휴대폰에다 묶어 가지고···이때까지 우리가 낸 거 빼고 남은 금액만 지금 1,700만 원."
같은 판매점에서 명의도용 당해…피해 금액 4천만 원
경찰에 같은 판매점에서 명의도용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한 이들만 20명이 넘습니다.
휴대전화 개통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주로 피해를 봤습니다.
90대 노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미성년자, 외국인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피해 금액은 4천만 원에 달합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거나, 아직 피해를 모르고 있는 이들까지 더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 휴대전화는 본 적도, 직접 개통한 적도 없다고 말합니다.
명의도용 피해자 B 씨 "요금 많이 나와서 알았고 또 한 건은 이제 채권 이제 신용불량 신용 정보에서 불량된다."
휴대전화 가입 때 기깃값과 요금을 할인해 주겠다는 판매점 설명이 있었지만 명의도용에 악용된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명의도용 피해자 C 씨 "'(고장 난 갤럭시) 노트 20을 저(판매점)한테 주시면 남은 할부금이랑 이제 위약금이랑 고객님이 안 내셔도 되고 제가 다 정리해 드릴 테니까 22 울트라를 개통을 합시다' 해서 제가 그걸 알겠다고 해서 (개통) 했거든요."
요금 낮춰줄 테니 신분증 주세요?…서비스 신청 계약서에 적힌 처음 보는 글씨체
명의도용 피해자 D 씨 "요금을 낮춰달라 내가 이제 그랬어요. 그랬더니 '네 고객님 낮춰드릴게요.' 하면서 신분증을 달래요. 그래서 '요금을 낮추는데 왜 신분증을 달라고 그러니?'' 그러니까 아 있어야 된대요. 그러면서 '네 알겠습니다. 낮춰드릴게요.'"
요금을 낮출 때는 신분증이 필요 없습니다.
이 점을 잘 모르는 이들은 판매점의 말에 속아 신분증을 건네게 되는데, 이때 건넨 신분증이 명의도용에 악용됐습니다.
경찰과 통신사가 확인했더니, 판매점에서 휴대전화 가입 때 받은 신분증 사본 등 개인 정보를 파기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가 명의도용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비스 신청 계약서는 처음 보는 글씨체로 서명이 되어 있었습니다.
판매점에서 계약서에 임의로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판매점 측은 "편법 영업은 맞지만, 휴대전화 요금이나 기깃값 일부를 내주는 조건으로 다른 번호 회선을 개통할 수 있다고 사전에 고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지급되지 않은 금액은 피해자들에게 직접 보상할 예정"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은 판매점을 운영한 30대 여성을 사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사기 혐의로 3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명의도용 피해 반복되는데
판매점은 휴대전화 한 대를 개통하면 대리점으로부터 받는 수십만 원의 판매 장려금과 중고업자에게 팔아 남긴 기깃값을 챙겼습니다.
문제는 이런 피해가 반복된다는 겁니다.
최근 5년간 이동통신 3사에 휴대전화 명의도용으로 접수된 신고는 1만 6,900여 건.
피해액은 54억 3천만 원에 달합니다.
통신사가 명의도용 피해를 인정해 보상한 사례는 25%, 4,260건에 그칩니다.
명의도용 피해자는 구제받기조차도 쉽지 않은 겁니다.
판매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정삼 영남이공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 "판매점 같은 경우는 실적이 바로 붙어 있기 때문에···그러다 보니까 거기에 개인 정보가 쌓이면 그걸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안 만들어지죠."
명의도용 당했다면?
이통3사 인증 앱 '패스'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를 통해 명의도용으로 휴대전화 등이 개통됐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명의도용을 당했다면 해당 통신사의 고객센터나 지점으로 문의해 계약서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또 가까운 통신사의 지점으로 가 명의도용 신고서를 작성한 뒤 제출하면 됩니다.
신고서를 접수한 통신사 조사 결과 명의도용임이 확인되면 피해자 앞으로 달린 체납 요금과 신용상 불이익은 해소됩니다.
경찰에도 신고하면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명의도용을 한 사람은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입 제한 설정으로 명의도용 사전 예방
명의도용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신분증 같은 개인정보 관리가 최우선입니다.
휴대전화 가입 때도 신분증 사본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동통신 3사 인증 앱인 '패스'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를 통해서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신 개통 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패스' 앱이나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에서 가입 제한 설정을 하면 새로운 휴대전화가 개통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또 자신이 사용한 통신 요금 청구서를 꼼꼼히 확인해 신청한 요금제보다 초과하는 금액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도 명의도용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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