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ASML 날개달고 `메모리 초격차`

삼성, 차세대 R&D센터 투자
SK, EUV 가스 재활용 협력

곽노정(왼쪽) SK하이닉스 사장과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이 체결식에는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도 배석했다. 연합뉴스

경계현(왼쪽) 삼성전자 사장과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이 체결식에는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도 배석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의 '슈퍼을'로 불리며 반도체 첨단공정 '키맨'인 ASML과의 기술생태계 조성으로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최첨단 반도체 경쟁에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삼성과 SK는 12일(현지시간) ASML과 각각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ASML과 7억유로(약 1조원)을 공동 투자해 차세대 EUV(극자외선) 기반 초미세 공정을 개발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R&D 센터'를 국내에 세우기로 했다.

양사의 공동 연구 센터는 국내 수도권 지역에 건설될 예정이다. 양사의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비공개하기로 했다. ASML이 반도체 제조 기업과 공동으로 해외에 반도체 제조 공정 개발을 위한 R&D 센터를 세우는 것은 처음이다.

ASML은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 선폭을 새기는 노광 과정에 필요한 장비를 주로 생산한다. 특히 7나노 이하 미세 회로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는 전 세계에서 ASML만이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모리반도체 역시 데이터 처리량이 방대해지면서 고성능·고용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10나노대 초반까지 공정이 집적화됐고, 삼성전자가 지난 2020년 업계 최초로 D램 생산에 EUV를 도입하면서 미세공정에 성과를 낸 바 있다.

ASML이 삼성과의 협력을 결정한 데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EUV의 중요성이 매우 커진 가운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국가인 한국에 투자함으로써 차세대 노광 기술 확보에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도 이번 협약에 따라 최첨단 메모리 개발에 필요한 차세대 EUV 양산 기술을 조기 확보하고 최신 장비를 적극 도입해 메모리 미세공정 혁신을 이끌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공동 연구소 건립은 차세대 노광장비 개발에 대한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조성과 성장에도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설비소재 협력사의 성장과 반도체 인재 육성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날 ASML과 'EUV용 수소 가스 재활용 기술 개발 MOU'를 체결했다. 수소 가스는 EUV를 운용할 때 내부를 진동상태로 유지하고 오염원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된다.

현재는 사용한 수소 가스를 소각하고 있는데, 양사는 향후 이를포집 후 연료전지로 재활용해 전력화하는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EUV 노광장비 내부의 수소를 태우지 않고 재활용하면 전력 사용량을 20% 줄여 연간 165억원의 비용이 감축되는 것은 물론, 탄소 저감에도 기여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벨트호벤의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제프리 반 리우웬 네덜란드 통상개발협력 장관이 양국 정상 임석 하에 '한·네덜란드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신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MOU로 양국은 2024년부터 5년간 약 500명의 반도체 인력을 공동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전혜인기자 hy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