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민주당 돈봉투 의혹’ 송영길 구속영장 청구···8억원대 불법 정치자금 혐의

이보라 기자 2023. 12. 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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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한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3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 개시 8개월 만에 돈봉투 살포의 궁극적 수혜자로 지목된 최정점을 겨눈 것이다. 송 전 대표 구속 여부는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현역 의원들 수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이날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송 전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4월 자신의 경선캠프에서 현역 국회의원, 지역본부장에게 총 6650만원이 든 돈봉투를 살포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박용수 전 보좌관과 공모해 2021년 4월 27∼28일 두 차례에 걸쳐 윤관석 무소속 의원에게 국회의원 교부용 돈봉투 20개(총 6000만원)를 제공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송 전 대표가 2021년 4월19일 경선캠프에서 스폰서로 지목된 기업가 김모씨로부터 부외 선거자금 5000만원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3월30일 경선캠프에서 이성만 무소속 의원으로부터 부외 선거자금 1000만원을 받은 뒤 2021년 3월30일과 4월11일 두 차례에 걸쳐 지역본부장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총 650만원이 든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에게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등 7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적용했다. 여기에는 송 전 대표가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받았다는 4000만원도 포함됐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박 전 회장에게서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소각처리시설 신·증설 추진 인허가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으면서 이 돈을 받았다고 본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송 전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당대표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이용해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정치자금을 선거인들을 매수하기 위해 제공했다”며 “당시 집권여당인 공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로 엄중하고 단호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또 “송 전 대표는 공익법인 후원금이라는 방식을 내세워 유력 기업인들로부터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수수함으로써 유착관계를 형성했다. 금품 수수 과정에서 해당 기업인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 권한을 활용했다”며 “자신의 정치적 사익을 위해 공적 지위를 이용하는 행태는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검찰에 처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검찰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주위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저부터 수사할 것을 수차례 촉구했지만 검찰은 정치적 기획수사를 하고 있다”며 “증거조작, 별건수사, 온갖 회유로 불법을 일삼는 일부 정치화된 특수부 검사와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송 전 대표의 구속 여부는 돈봉투 의혹 수사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가 구속되면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수사는 탄력받을 공산이 크다. 검찰은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관석 의원 등의 정당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돈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의원 21명의 실명을 공개하며 조사를 예고한 터다.

반면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야당을 정면으로 겨냥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이 흔들리고 수수자 측를 향한 수사도 힘이 빠질 수 있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이 흘렀지만 내년 총선이 넉달도 남지 않은 현재까지 의원들을 조사하지 않은 상태다. 해당 의원들은 돈봉투 수수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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