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불출마 배경···“총선 이기면 공신, 져도 책임론 벗어나” 분석
부산 등 영남지역 중진 ‘물갈이’ 신호탄 될듯
‘마지막 공직’ 말했지만 부산시장 도전 관측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거취를 숙고하게 만든 친윤석열계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총선 불출마 결단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내에선 장 의원이 예전부터 총선 불출마를 고민했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요구에 불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시각이 많다. 장 의원의 불출마는 부산 등 영남 지역 ‘물갈이’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번 결단으로 장 의원은 여당이 총선에 승리하면 공신이 되고, 패배해도 그 책임에서는 자유롭게 됐다. 장 의원은 국회의원을 “마지막 공직”이라고 표현했지만 부산 정가에선 차기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한 2년 전쯤에 장 의원이 저한테 부산 말고 다른 고민 좀 함께 하지 않겠냐 제안한 적이 있다”면서 “장 의원의 부산 불출마는 아주 오래된 생각이다. 3선 되고부터 그런 생각을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의원도 전날 차기 총선 불출마를 발표한 국회 기자회견에서 “언제부터 고민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되는 순간부터 모든 각오는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운명적인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 의원이 인요한 혁신위에서 불출마·험지 출마 압박을 받았지만 장 의원은 버스 92대를 동원한 지역구 산악회 행사에 참석해 “저보고 서울에 가란다. 저는 제 알량한 정치 인생을 연장하면서 서울로 가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장 의원은 주변에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희생할 각오는 돼 있지만 ‘우유를 그냥 먹을래, 맞고 먹을래’라고 하는 혁신위에 떠밀리듯 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혁신위가 활동을 종료한 타이밍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마침 장 의원이 불출마를 발표한 12월12일은 내년 총선(4월10일)을 약 4개월 앞둔 시점으로 2016년 총선 전 안철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탈당, 2012년 총선 전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사퇴 등 시점과 같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전날 SBS뉴스 유튜브에 출연해 “총선 결과가 괜찮게 나오면 그때 (불출마로)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을 거고, 선거 결과가 안 좋아도 ‘장제원 책임론’은 없어진다”고 분석했다. 장 의원 입장에선 현재의 결단이 총선 책임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윤 실장은 “한참 장 의원 힘이 셀 때도 선제적으로 불출마 얘기가 나왔다. 그가 불출마하면서 ‘논개작전’으로 영남 중진 등에게 불출마를 압박한다는 계산”이라며 “총선 이후에 더 큰 자리, 대통령비서실장이나 부산시장을 하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같은 유튜브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참패로 부산 민심이 좋지 않다. 그 책임을 물으려 부산은 굉장히 세게 물갈이될 수 있다”며 “그 신호탄이 장 의원 불출마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장 의원이 향후 부산 지역 총선 물갈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당내에서 많이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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